스티븐 포더, 《엘리멘탈》
저자 스티븐 포더의 전공은 생물지구화학이다. 이 전공명에는 생물학, 지구과학, 화학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야말로 전천후라는 얘기다. 그래도 무엇을 타겟으로 하는지는 분명히 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지구’다.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을 비롯한 각종 물질의 화학적 특성 분석을 통해 지구를 분석한다.
그러니 그가 원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도 생명체의 주요 구성 원소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필연적이다. 생명체의 구성 원소이면서 지구 변화의 핵심을 이루는 원소는 다섯 원소. 수소(H), 산소(O), 탄소(C), 질소(N), 그리고 인(P)이다. 적어도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이 다섯 원소의 제약 아래서 살아간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을 얻는 새로운 진화적 혁신이 이뤄지면 지구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스티븐 포더는 바로 이 다섯 원소를 생명체가 획득하는 데 진화적 혁신으로 인한 변화를 추적한다. 그는 이 진화적 혁신의 주역으로 세 가지 생명체를 지목한다. 바로 남세균과 식물, 그리고 인간이다. 다소 의아스럽다. 물론 이 세 생명체가 지구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생명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보통 지구 생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얘기하는 중요한 생명체들이 빠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븐 포더는 이야기를 여러 갈래로 흩뜨려놓지 않는다. 오로지 이 원소들을 획득하는 방식의 아주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남세균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이 얘기는 상대적으로 간략하다. 이미 지나간 얘기이고, 이 내용은 우리가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남세균은 잘 알다시피 광합성을 발명했다. 스티븐 포더는 이를 ‘지구 생명 최초의 혁신’이라고 하는데, 지구상에 당시 풍부했던 이산화 탄소를 이용해서, 당을 만들고 폐기물로 산소를 방출했다. 여기서 산소는 남세균에게 쓸모없는 폐기물이지만 지구에 엄청난 격변을 가져온다.
식물은 바다에서만 이뤄지는 생명체가 뭍으로 올라오게 되는 혁신을 이뤄냈다. 풍부하지만 이용하기가 힘들었던 질소를 세균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정했고, 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면서 뭍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구를 점령했다.
그리고 인간이다. 본질적으로 인간도 남세균이나 식물처럼 탄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인간은 "느린 탄소 순환과 빠른 탄소 순환 사이에 다리를 놓은 최초의 유기체"다(91쪽). 생명체 내에서 이뤄지던 탄소 이용이 생명체 밖에서 이뤄지도록, 그것도 폭발적으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탄소의 순환을 가속시켰다. 남세균이나 식물의 탄소 순환이 입금과 출금의 대차대조가 대체로 일치하는 반면, 인간의 탄소 순환은 3억 년 전에 입금되어 있던 탄소를 급격하게 인출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스티븐 포더는 탄소 뿐만 아니라, 질소와 인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한다.
질소에 관해서는 주로 하버-보슈 공법에 의해 인간이 질소를 이용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녹색 혁명이 가능해져서 인구 폭발로 이어졌다는 얘기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여기서도 물론 그렇다). 거기에 하버의 복잡한 캐릭터로 인하여 전쟁 이야기가 끼어들기도 하고. 그런데 스티븐 포더는 질소를 ‘마법의 골디락스’라고 칭하면서 질소 비료를 사정없이 사용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인에 관해서 얘기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스티븐 포더의 인에 관한 이야기는 그래서 매우 인상 깊다. 그는 인을 ‘대체 불가능한 하얀 금’이라고 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탄소 기반 화석 연료는 유한하지만 대체 가능하다. 식량을 마련해 주는 질소는 무한하지만 대체 불가능하다"면서 인에 대해서는 "불행하게도 유한하면서 대체 불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실제로 식물은 인을 얻기 위해 분투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인간은 인이라는 원소를 마구 쓰고 있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유한하고, 다른 걸로 대체할 수도 없다. 스티븐 포더는 "인류가 거둔 화학적 성공에는 반드시 후과가 따른다"며 탄소, 질소와 더불어 인, 그리고 물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관심을 더 기울이고, 다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게 원소들을 획득하는 데 세 생명체의 혁신과 그 혁신에 따른 변화, 그리고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한 후에는 스티븐 포더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한다. 그는 자신의 집에 적용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언급하면서 화석 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따뜻한 집에서 지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기후 변화에 대해 개인인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에 대한 적극적 제안인 셈이다. 핵심적인 것은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노력이 아니라 국가, 그것도 부자 국가들의 각성과 행동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10% 부자들의 행동이다. 스티븐 포더는 에너지원을 탄소 기반에서 다른 것으로 옮기는 데 들이는 비용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큰 비용이지만, 10% 부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행동을 촉구한다.
결국은 지구 환경보호 이야기로 끝이 나지만, 거기에 이르는 논리는 매우 신선하면서 설득력 있다. 그리고 그동안 잘 듣지 못했던 얘기들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해서 공부해야 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