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로젠,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의 《경험의 멸종》은 올해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과 짝지어서 많이 소개된 책이다. 현대의 기술이 편암함만을 추구하게 하면서 사람이 직접 몸을 쓰는 경험을 사라지게 하는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책들이다. 이 책들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세트로 묶어서 판매되기도 한다.
둘 다 직접 경험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지만, 《경험의 멸종》은 《편안함의 습격》과 이 문제를 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편안함의 습격》이 보다 광범위한 현대 기술의 문제를 다루면서 일부러 불편함을 추구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낄 것을 강조한다. 반면 《경험의 멸종》은 현대 기술 중에서도 인터넷의 등장 이후에도 더욱 고도화된 SNS를 중심으로 한 기술이라든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들로 인한 고립과 인간성의 퇴행 등을 비판한다.
글의 방식도 다르다. 《편안함의 습격》은 작가의 체험을 기반, 배경으로 한다. 물론 그것은 어느 정도 기획된 것이지만, 직접 불편함을 경험(이를테면 알래스카주에서의 순록 사냥, ”아주 힘들지만, 죽지는 말아야 한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반면 《경험의 멸종》은 거의 독서 경험 위주다. 수많은 인용이 책을 이룬다.
그래서인가? 《경험의 멸종》에서는 좋은 말들이 넘쳐난다. 밑줄 그어야 할 문구들이다. 대면 상호작용의 효용성과 가치, 손으로 직접 쓰면서 익히게 되는 물성의 힘, 기다림이 갖는 기능, 감정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래 모습 되찾기, 기술에 매몰되고 의존하게 된 쾌락의 문제점, 장소(place)는 사라지고, 공간(space)만 남은 상황 등등을 다루면서 인간의 본성을 미묘하게 파고드는 수많은 좋은 책들이 있고, 저자는 이것을 읽었고 생각했고, 내면화했다. 그게 이렇게 좋은 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앞서 《편안함의 습격》과 비교했지만, 여기에는 작가의 생각이 있지, 경험이 (거의) 없다. 직접 경험을 그렇게 강조하는 책에서 경험이 놀이동산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입장한 경험 정도라니... 조금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좋은 얘기들이고, 적지 않은 부분 공감했다. 그런데 책이 재미있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