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독서계에서 카를로 로벨리는 유명하다. 온라인서점에서 리커버판이 나오고, 세트로도 팔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리학자의 책이라는 점에서는 의외지만, 그의 문체를 보면 다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물리학적 사유를 글로 잘 옮긴다.
지금까지 카를로 로벨리의 책으론 《모든 순간의 물리학》과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이렇게 두 권만 읽었다. 많이 읽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와 같이 더 알려진 책들은 읽지 못했다. 계속 카트에는 넣어두었는데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른 책에 순서가 밀린다고 해야 할까?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그런 약속 또는 다짐의 일환은 아니지만,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책의 부제는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롤로 로벨리의 질문들”이라고 되어 있다. 음... 잘 연결은 되지 않는다.
대신 표지 아래쪽에 작게 쓰인 “나와 세계의 관계를 돌아보는 어느 물리학자의 끝없는 문답”이 더 수긍이 간다. 이 책은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세계와 맺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물리학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보다 범위가 넓은 과학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 약소국을 함부로 대하는 강대국에 대한 비판의 이야기, 그리고 그가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를로 로벨리의 이 이야기들은 그가 과학자라는 것을 잊게 할 때도 있고, 정말 과학자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자도 한 명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세상에 대한 발언을 특별하게 생각할 까닭은 없다. 나도 그렇게 나를 소개해오지 않았다. ‘과학자와 교양인이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고. 그걸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과학자, 교양인이 바로 카를로 로벨리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함께해야 살아남는다>다. 전염병에 대한 얘기에서 시작해서, 과학에 대한 신뢰로, 그리고 연대의 이야기로 맺는다. 너무 상투적인가? 이 이야기가 상투적인 이유는, 그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벨리가 이런 상식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런 상식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거의 모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