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형사, 선을 넘어 변호사를 돕는 이유

마이클 코넬리, 《크로싱》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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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두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이 소설이 마이클 코넬리의 최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2015년 작품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설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로 미키 할러가 주인공이라 생각했는데, 형사 해리 보슈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책 등의 “Vol 18 HARRY BOSCH”라고 쓰여 있는 것은 이 독후감을 다 쓰고야 발견했다).


착각은 오히려 읽으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는 재료였다. 우선 이후의 상황, 즉 배다른 형제인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가 본격적으로 협력 관계에 이루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지 정의롭지 못한 변호사와 범인만을 쫓아온 전직 형사의 관계에서 주로 할러가 우위에 있는 소설만 보다, 반대로 보슈의 활약이 두드러진 소설의 맛도 있었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할러와 보슈가 사건을 바라보고, 또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조금(아니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보슈가 몸담았던 경찰 조직에서 불미스럽게 나왔다고 바로 거의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변호사에 협력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할러의 요청에 응한 것은 다름 아닌 여전한 정의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할러의 목적은 범인이 누구인가에 있지 않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믿긴 하지만(의뢰인이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목적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의뢰인을 감옥에서 꺼내올까 하는 것이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증거와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신과 할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러는 재판이라는 맥락에서 증거를 보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 검찰의 주장을 물리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보슈는 증거를 진실로 가는 다리로만 봤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선을 넘어 어둠의 편에 합류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329쪽)


그렇다고 형사 보슈가 정의를 추구한다고 해서, 할러가 악(惡)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역시 변호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까. 그런 입장이 충돌하기도 하면서 서로 얽혀가고, 또 한 지점을 향해가는 것이 흥미로운 것이다.


사실 돈을 밝히고, 재판에서 승리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변호사 할러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할러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정의의 승리를 지켜보기 위해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대신 여기서는 보슈의 심적 갈등이 그런 단순하지 않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그게 재미있는 지점이다.


결과는? 물론 정의의 승리다.

그렇지 않다면 보슈가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지 않았을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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