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계사의 저변을 훑다

김선지, 《시간을 읽는 그림》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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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지의 책은 단순히 그림만을 읽는 게 아니라 그림에 담긴 이야기, 특히 역사와 사회를 함께 읽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그림을 통해 생각하게 한다. 《사유하는 미술관》, 《뜻밖의 미술관》 모두 그랬다.


《시간을 읽는 그림》은 이전의 책들보다 훨씬 역사 쪽에 닿아 있다. 이건 조금 아쉽기도 하고, 좋았던 점이기도 하다.


일단 아쉬움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림에 대한 책 같지가 않다. 그림을 통해 역사의 무엇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고, 어떤 점이 강조되고 있고, 어떤 점이 왜곡되어 있는지... 이런 것을 기대하고 책을 펴들었다. 그런데 역사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림이 부차적인 경우가 많다. 서적 분류분호가 ’9‘로 시작하는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닌데 싶은 것이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역사와 그림이, 너무 당연한 게 아닌 점은 좋았다.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이를테면, 프랑스대혁명, 세계대전 같은 것들), 대체로는 (저자의 표현대로) ’곤충의 더듬이로‘ 역사의 저변을 훑고 있다.


특히 음식에 관한 이야기, 그림들은 따로 모아볼 수도 있다.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에서의 먹거리, 고대 로마인의 식문화, 북송 시대의 수도 카이펑의 생활사, 이른바 콜럼버스의 교환으로 풍성해진 유럽의 식탁, 프랑스 레스토랑의 시작, 1870년 파리에서 쥐, 개, 고양이까지 잡아먹게 된 이유, 아일랜드 대기근, 그리고 맥도날드. -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것들을 그림과 함께 보여주고 있어 더 실감나게 역사를 이해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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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기존에 상식처럼 알려졌던 것들이 사실은 왜곡되어 있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사악한 도시로 기억되고 있는(주로는 유대, 기독교인에 의한 것이지만) 바빌론의 실상에서부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썬 행복했던 이집트인, 아프리카의 황금 제국 말리 이야기, 르네상스 뒤의 별로 달갑지 않은 이야기, 알렉산데르 6세와 체사레 보르자 등에 관해 과장된 소문, 아즈텍 제국의 인신공회에 대한 진실 등등. - 어떻게 보면 우리는 속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시 말하지만) 그걸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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