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이니까!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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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은 게 2009년 11월이다. 당시 그 책을 읽고는 (아마 주변에 컴퓨터가 없었던 듯) 책 맨 뒷장에 감상을 (꽤 길게) 적었었다. 그 감상은 거의 (지금은 없어진) 중앙일보의 블로그에 옮겨졌다. “이 책의 미덕은 역살적이게도,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로 시작해서 “참 좋은 책이다.”로 맺었다.


그런데 네이버 블로그에는 좀 다르게 적었다(https://blog.naver.com/kwansooko/50076585687).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우선은 당혹감이다.”로 시작하는 나의 글은 빌 브라이슨에 샘을 내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많이 읽었다. 내 블로그에는 그의 이름을 언급한 글이 거의 100개 가까이 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검색하면 25개의 글이 나온다. 말하자면 나는 빌 브라이슨의 열렬한 팬이며,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자장 속에서 과학 교양서를 읽어온 사람이다(사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기 전부터 ”빌 브라이슨에 빠졌어요“라고 쓴 글이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이 나왔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냈던 게 2003년이니까 20년도 지나서 다시 낸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처음 출간된 이후 지난 20여 년간 이루어진 수많은 과학적 발견들을 반영하여 완전히 보강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좀 수상한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자장 속에서 과학 교양서를 읽어왔기에 그 20년 동안의 과학적 성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읽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을 읽어야 할까? 아주 잠시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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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읽을 수밖에 없었다. 왜? 간단하다. 빌 브라이슨이니까! 새로운 버전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새로 담긴 과학적 발견의 내용이 ’내게‘ 그다지 새롭지 않더라도 나는 읽을 수밖에 없다. 왜? 빌 브라이슨이니까! 빌 브라이슨이 과학을 쓰는 방식을 다시 맛보기 위해서라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빌 브라이슨이다. 나는 《바디: 우리 몸 안내서》를 읽고도 똑같은 표현을 썼었다(https://blog.naver.com/kwansooko/221778792815). 어쩔 수 없다. 그런 표현밖에 나오질 않으니.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을 읽으며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20년 전의 책을 다시 읽는다는 느낌은 어느 부분에서도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이 새로 쓴 부분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쓴 부분이니 건너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과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사이에 나온 과학 교양서들이 다루는 것들도 거의 그런 것들이지만, 빌 브라이슨은 그걸 새롭게 느끼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빌 브라이슨은 과학자도 아니고, 엄밀하게는 과학 작가도 아니다 (애초에 그는 여행 작가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런 이가 과학에 대해 쓸 때는 무척 피상적일 때가 많다. 그런데 빌 브라이슨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 과학에 대해 쓸 때만큼은 그는 최고의 과학 작가가 되어 있다. 그게 왜 그럴까, 생각해 봤다. 단순히 글솜씨 때문만은 아니다. 글솜씨만이라면 그런 피상적 이해는 더 도드라졌을 게 아닌가? 나는 그게 호기심과 호기심을 채우려는 적극적인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2009년에 읽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표지 안쪽에는 ”빌 브라이슨, 놀라운 호기심의 사나이“라고 적어놨었다). 그는 과학 교육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고, 스스로 그 알고 싶어하는 것을 직접 알아내려고 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그런 호기심이 아무에게나 생기는 것은 아니고, 또 그것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깊고 넓게 파고드는 이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잘 쓰는 사람도 없다. 그게 빌 브라이슨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을 읽으면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을 때와는 아마도 달랐을 느낌도 든다. 그것은 20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과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것,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빌 브라이슨은 책에서 아직도 잘 모른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 과학은 정말 많은 것을 밝혀내 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정말 모르는 것이 많다는 얘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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