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한 소설에 스며들다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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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금 내려왔지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상단에 위치했던 소설집이다. 상도 여럿 받았고, 무엇보다 이동진씨가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동진씨가 어떤 의미에서 추천했는지, 북튜버들은 어떻게 평했는지 보지 않았다. 참고 참다 읽었다. 말하자면 선입견 없이(물론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다는 것 자체가 선입견을 줄 수는 있지만).


밍밍했다. 첫 소설 <세상 모든 바다>부터 그렇다 느꼈는데, 결국은 이 소설이 제일 스펙터클했다. 소설마다 하이라이트를 찾기가 힘들다. ’기-승-전-결‘이라는 구성 없이 ’기-승‘을 반복한다.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며들어 있었다. 거의 읽으며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생각했을 때는 절대 좋게 평하지는 못하겠다 생각했는데, 생각을 가다듬어 소설들을 생각해 봤더니 소설 속에 스며들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이라이트 없이도 소설이 될 수 있구나.


하이라이트가 없는 소설들은 사람의 생애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하면 소설이 몇 권, 이렇게 얘기하지만 정말로 그걸 소설로 쓴다면 거의 밍숭맹숭해져버린다. 자신이 생각하기엔 자신 삶의 굴곡이 매우 험난하다 여기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저 평탄한 가운데 약간의 동산, 약간의 웅덩이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게 우리 보통 사람의 생애다. 대체로 평탄하지만,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누구나 조금씩의 분노를 느끼고, 누구나 불안해하며 살아간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생각났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다. K-팝 스타도 있고, 이주민 2세도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상에 선, 섰던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서 박박 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우리다.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다.


이 밍밍한 소설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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