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다케히토, 《대단한 의학》
한달음에 읽었다. 몰입해서 읽었다. 방대한 의학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딱 적당한 수준에서, 그것도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을까 싶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일본 책답지 않게 꽤 두텁다 생각했다(선입견이긴 하지만, 또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선입견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일본 책의 느낌이 없지 않고, 그게 어떤 면에서는 부럽고, 또 어떤 면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외과 의사인 저자는 <맺음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하나는 “조물주가 인체를 얼마나 야무지게 잘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체는 왜 이렇게 약하고 허술할까” 하는 것이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인체나 건강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많이들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게 인체, 나아가 생명의 신비이면서, 허망함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탄하기도 하지만, 또 겸허함을 갖게 되는 것일 게다.
그런 두 가지 상반된 감정에서 덧붙여지는 것이 바로 의학의 성과다. 인체의 구조를 알아내고, 작동 원리를 발견하고, 온갖 물질의 특성과 기능을 깨우치면서 의학은 발달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이용하기 위한 간절하고도 대담한 시도들이 있었다. 그게 의학의 발달을 가져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인체에 대한 이해에 기초를 둔 의학의 놀라운 발달을 보여준다.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었는데, 각 장이 특징이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인체에 대한 얘기다. 알고 있던 것, 모르던 것, 오해하던 것 들이 혼재되어 있다. 바로 이러한 이해에 기초를 두고 의학은 도전을 시작한다.
두 번째 장은 약에 대한 얘기다. 대부분은 많이 들어본 약이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약으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또 어떤 메커니즘으로 병을 치료하는지는 잘 모른다. 야마모토 다케히토는 그걸 아주 간략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장에서의 핵심은 약과 독 사이의 관계인데, 어떤 물질이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는 양에 달려 있다는 파라셀수스의 잘 알려진 말이다.
다음은 저자가 외과 의사인 만큼, 업적을 남긴 외과 의사들에 관한 얘기다. 어쩌면 많은 독자들에겐 (특히 내게) 이 부분이 가장 낯선 부분일 수도 있다. 통선산을 써서 전신 마취를 시도했다는 일본의 하나오카 세이슈에서 시작하여, 700건이 넘는 해부를 통해 질병의 장기 이상으로 생긴다는 주장을 한 조반니 모르가니를 거쳐, ‘근대 외과학의 아버지’ 프랑스의 앙브루아즈 파레,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분류하는 원칙을 세우고, 세계 최초의 구급차를 만든 프랑스의 군의관 도미니크장 라레, 닥터 두리틀의 실제 모델이면서 많은 해부를 통해 의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영국의 존 헌터, 무균수술법을 최초로 도입해서 처음으로 귀족 작위를 받은 의사가 된 조지프 리스터, 청결의 원칙을 주장한 간호사이자 통계학자, 교육자였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최초로 위암 수술에 성공한 테오도르 빌로트, 전신 마취술을 처음으로 도입한 윌리엄 모턴, 코허 겸사를 고안하 에밀 테오도어 코허, 유방암 수술을 비롯하여 많은 수술법을 발전시킨 미국 의학 교육의 선구자였던 윌리엄 홀스테드 등. 그들의 짧고도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네 번째 장은 수살에 관한 이야기인데, 메스, 봉합, 거즈 등 수술 도구에 관해서, 그리고 현대의 복강경 수술과 로봇을 이용한 수술 등에 대해서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러한 놀라운 의학 발전의 이면이다. 예를 들어 천연두가 종식되는 시점에 발생한 실험실에서의 천연두 바이러스 유출로 인한 사망 사건, 일본 도쿄 지하철에 뿌려진 사린이라는 독가스, 방사선이라는 놀라운 발견의 혜택과 피해 등이 여기서 얘기하는 것이다.
깊게 들어가지는 않지만(놀라울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딱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준이다. 여기서 더 알고 싶으면 찾아보면 된다. 그게 이 책의 목적이자 가치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