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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자신에 대해 쓰다

찰스 다윈의『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갈라파고스)

by ENA

찰스 다윈의 자서전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는 책이지 않을까?

그의 삶에 관해서는 재닛 브라운의 것과 데스먼드와 무어의 그 두툼한 다윈 평전들이 아주 풍부하게 잘 정리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것은 별로 없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오롯이 찰스 다윈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문장을 통해 그의 삶을 읽어내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부분적으로 인용하고 해석한 그의 삶을 읽는 것은 다를 것이다.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삶의 무게에 비해, 후대에 미친 영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이 자서전은 그의 생애 정말 황혼기에 작성한 것이다. 마지막 저서가 된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을 출판사로 넘긴 상황이라고 했으니. 더군다나 이 책은 그가 죽은 후에 출판되었다. 그것도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논쟁적인 부분은 생략한 채로. 그의 삶은 어쩌면 격정적이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평온했다. 과학의 세계뿐만 아니라 사상 체계 전체에 던져진 그의 이론은 격랑을 불러 일으켰으나, 그의 건강도, 그의 가정사도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니었으나 자서전에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관조적이다. 그렇게 평안하게 살고 싶었지만 과학에 대한 그의 열정이 그 격랑으로 몰고 간 셈이다.


겨우 200쪽도 되지 않게 서술할 만한 삶의 아니지만(책이 너무 얇을 까봐 걱정되었는지, 편집자는 뒤에 『비글호 항해기』의 글 조각을 가져왔다), 그렇게 서술함으로써 자신을 과장하지 않으며, 서서히 진화해 온 자신의 삶을 조용히 돌아본다. 평범해 보였으나 진실로 자연을 사랑하고, 그에 대한 질문과 탐구만은 평생 놓치 않았던 다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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