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강, 네이트 페더슨, 《돌팔이 의학의 역사》
돌팔이 의학, 혹은 사이비 의학의 역사는 유구하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현대 의학 이전의 의학이라는 게 과학적 증거 없이 약을 썼다. 경험적인 증거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다. 경험적 증거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화 일화적인 것이었고, 또 개인적인 바람애 근거한 경우도 많았다.
의사인 리디아 강과 프리랜서 언론인이 네이트 페더슨이 정리한 《돌팔이 의학의 역사》는 바로 그 유구한 돌팔이 의학의 종류와 걸어온 길을 쫓고 있다. 일단은 상당히 다양한 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사실 전혀 처음 듣는 건 별로 없는데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니 돌팔이 의학의 종류가 선명해진다. 수은, 안티몬, 비소와 같은 원소 단위의 것들, 식물에서 유래한 것들(아편, 담배, 코카인 같은 것들인데, 이 부류에 흙을 넣은 이유는 아마도 다른 데 넣을 수가 없어서였을 것 같다), 피뽑기라든가, 전두엽 절제술, 관장, 수치료와 같은 어떤 행위에 해당하는 것들, 거머리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것들(단식을 여기에 넣는데, 사실 행위와 관련된 것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비한 힘들에 관련한 것들.
신비한 힘들에 관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여기에 소개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상 속임수라기보다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실제로 믿었던 경우이다. 예를 들어, 살바르산이나 항생제가 나오기 전에 수은은 매독의 거의 유일한 치료제였다. 라듐과 라돈의 경우에도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그러나 몇 해 전 라돈 침대 사태를 보면 우리가 그 시대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나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모르핀이나 헤로인도 원래는 약으로 개발된 것이었으며, 실제로 바이엘 사는 아스피린보다 헤로인을 훨씬 적극적으로 밀었다. 담배는 어떤가? 한 동안, 아니 한참 동안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겼다. 그게 만병의 근원이라는 게 대중적으로 인식된 것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방혈 요법이나 전두엽 절제술은 지금 보면 아주 미개한 요법이지만, 당시에는 가장 선진적인 치료법으로 여겨졌던 것들이고, 수치료의 경우에는 찰스 다윈에 대한 평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수치료의 효능을 철썩 같이 믿었던 걸 알 수 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관장이라든가 거머리 치료 같은 것들은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치료법이다(물론 그 효과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의사들도 많지만). 그리고 마취(anesthesia)도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마취가 돌팔이 의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마취를 돌팔이 의학의 범주에 넣은 이유는, 만병통치의 관점에서 선전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돌팔이 의학에는 단식(fasting)도 있다. 단기간의 간헐적 단식은 지금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과거에, 아니 지금도 과도한 단식으로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가 바로 돌팔이 의학이다.
이런 것들은 사기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 마지막 파트에 소개되고 있는 ‘신비한 힘들’은 그야말로 사기다. 전기 브러시, 코르셋, 벨트 등과 같은 전기 요법, 동물 자기를 이용한 치료법, 빛 요법, 라디오닉스, 왕의 손길(왕이 쓰다듬으면 연주창이 낳는다?)과 같은 것들인데, 이는 상당히 현대인 요법으로 치장되었으면서도 실상은 그 요법을 창시하고 선전한 이들도 아마도 믿지 않았을, 이른바 사기에 해당한다. 왕의 손길의 경우에도 과거 봉건 시대에나 해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자들이 조금은 비아냥거리면서 지적하고 있듯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동차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생각하면 그 형태를 달리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볼 수 있다.
돌팔이 의학, 의학적 사기는 유구하다. 유구하면서 근절되지 않는다. 그건 여전히 현대의 의학이 모든 질병을 정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의학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포기의 순간,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달콤한 속삭임과도 같은 사이비 의학이다. 현대 의학의 한계가 인간의 욕망과 결합했을 때 사이비 의학은 순식간에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