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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Oct 02. 2020

의학의 한계와 인간의 욕망

리디아 강, 네이트 페더슨, 《돌팔이 의학의 역사》

돌팔이 의학혹은 사이비 의학의 역사는 유구하다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현대 의학 이전의 의학이라는 게 과학적 증거 없이 약을 썼다경험적인 증거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다경험적 증거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화 일화적인 것이었고또 개인적인 바람애 근거한 경우도 많았다.

 

의사인 리디아 강과 프리랜서 언론인이 네이트 페더슨이 정리한 돌팔이 의학의 역사는 바로 그 유구한 돌팔이 의학의 종류와 걸어온 길을 쫓고 있다일단은 상당히 다양한 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게 놀랍다사실 전혀 처음 듣는 건 별로 없는데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니 돌팔이 의학의 종류가 선명해진다수은안티몬비소와 같은 원소 단위의 것들식물에서 유래한 것들(아편담배코카인 같은 것들인데이 부류에 흙을 넣은 이유는 아마도 다른 데 넣을 수가 없어서였을 것 같다), 피뽑기라든가전두엽 절제술관장수치료와 같은 어떤 행위에 해당하는 것들거머리와 같은 동물을 이용한 것들(단식을 여기에 넣는데사실 행위와 관련된 것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비한 힘들에 관련한 것들.

 

신비한 힘들에 관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여기에 소개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상 속임수라기보다는 치료 효과가 있다고 실제로 믿었던 경우이다예를 들어살바르산이나 항생제가 나오기 전에 수은은 매독의 거의 유일한 치료제였다라듐과 라돈의 경우에도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그러나 몇 해 전 라돈 침대 사태를 보면 우리가 그 시대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나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모르핀이나 헤로인도 원래는 약으로 개발된 것이었으며실제로 바이엘 사는 아스피린보다 헤로인을 훨씬 적극적으로 밀었다담배는 어떤가한 동안아니 한참 동안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겼다그게 만병의 근원이라는 게 대중적으로 인식된 것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방혈 요법이나 전두엽 절제술은 지금 보면 아주 미개한 요법이지만당시에는 가장 선진적인 치료법으로 여겨졌던 것들이고수치료의 경우에는 찰스 다윈에 대한 평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수치료의 효능을 철썩 같이 믿었던 걸 알 수 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것들이 있다이를테면관장이라든가 거머리 치료 같은 것들은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치료법이다(물론 그 효과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의사들도 많지만). 그리고 마취(anesthesia)도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지만마취가 돌팔이 의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물론 이 책에서 마취를 돌팔이 의학의 범주에 넣은 이유는만병통치의 관점에서 선전되었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돌팔이 의학에는 단식(fasting)도 있다단기간의 간헐적 단식은 지금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인정되고 있는데과거에아니 지금도 과도한 단식으로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경우가 있다이런 경우가 바로 돌팔이 의학이다.

 

이런 것들은 사기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마지막 파트에 소개되고 있는 신비한 힘들은 그야말로 사기다전기 브러시코르셋벨트 등과 같은 전기 요법동물 자기를 이용한 치료법빛 요법라디오닉스왕의 손길(왕이 쓰다듬으면 연주창이 낳는다?)과 같은 것들인데이는 상당히 현대인 요법으로 치장되었으면서도 실상은 그 요법을 창시하고 선전한 이들도 아마도 믿지 않았을이른바 사기에 해당한다왕의 손길의 경우에도 과거 봉건 시대에나 해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저자들이 조금은 비아냥거리면서 지적하고 있듯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동차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생각하면 그 형태를 달리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볼 수 있다.

 

돌팔이 의학의학적 사기는 유구하다유구하면서 근절되지 않는다그건 여전히 현대의 의학이 모든 질병을 정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도 의학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그 포기의 순간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달콤한 속삭임과도 같은 사이비 의학이다현대 의학의 한계가 인간의 욕망과 결합했을 때 사이비 의학은 순식간에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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