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과학으로 이해하면

크리스토프 드뢰서, 《음악 본능》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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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이 책을 어떤 분야의 책으로 분류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음악’ 쪽이 아닌 것 같아서였다. 독일 주간지의 과학 담당 편집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경력도 그렇고, 우리말 번역가 전대호의 경력도 이 책이 ‘음악’ 쪽이 아니라 ‘과학’ 쪽이 맞다는 의심을 하게 한다. 그래서 도서관 분류번호를 봤더니…, ‘700번’대. ‘예술’도 아니고, ‘언어’ 쪽이다! 어딜 봐서?


사실 저자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과학저널리스트이기도 하지만, 아카펠라 그룹의 멤버이기도 하니, 저자의 경력만 두고서 이 책의 분야를 가름할 수는 없다. 당연히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고, 음악을 많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음악에 다가가는 방법이 과학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요점은 음악은 진화의 산물이며 우리 뇌에 이미 각인되어 있는 본능과 같은 것이다, 라는 얘기이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스티븐 핑커가 얘기했던 부산물로서의 음악을 반박하면서, ‘언어학자’(!) 앨리스 레이의 이론에 기댄 스티븐 미슨의 ‘흠(Hmmmmm)’ 이론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불분명한 정체였던 ‘흠’이라는 음성이, 언어와 음악으로 갈라졌다는 것이 바로 ‘흠’ 이론인데, ‘흠’에서 성조(聲調) 부분이 바로 음악이 되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우리 거의 모두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다. 음치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숫자보다도 훨씬 적은 숫자가 실제로 음치라는 건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말 음치인 사람은 더 절망스럽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이 2009년에 출간되었고, 번역본은 2015년에 나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음악 기계’와 관련한 부분이다. 저자는 음악 생산 부분을 자동화하는 게 당시에도 가능은 했지만 매우 불완전하고, 누구라도 사람이 만든 음악과 기계가 만든 음악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당시에는 그랬지’, 하고 말 수밖에 없다.


다시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를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읽은 책인데, 아마 올리버 색스의 책 가운데 가장 설렁설렁 읽었을 거다. 이유는 있었는데, 이제 다시 읽어도 괜찮겠다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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