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레슈차이너,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일곱 괴물’.
바로 서양에서, 특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죄악을 말한다. 흔히 ‘살리기아(Saligia)’라고 하는. 살리기아는 자만(superbia), 탐욕(avaritia), 음욕(luxuria), 분노(ira), 탐식(gula), 시기(invidia), 게으름(acedia)의 라틴아 두문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을 맡았던 1995년의 영화 <세븐>의 주제이기도 했다(https://blog.naver.com/kwansooko/221488763931).
《감각의 진실》에서 우리의 감각이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신경생물학이 밝혀온 것들을 소개한 가이 레슈차이너(그 책의 번역본에서는 이름이 ‘기 레슈차이너’로 소개했다)는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에서는 바로 ‘살리기아’라고 하는 일곱 죄악에 대해 쓰고 있다.
우선은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이 훌륭하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원제 “Seven Dealy Sins”는 너무 밋밋한데 비해, 우리말 제목은 시적이면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도 눈치챌 수 있는 제목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일곱 개 죄악의 순서는 살리기아와는 다르다.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 순서다. 여기서도 보듯이 미셸 파스투로가 얘기했듯이 죄악의 중요성이나 심각함에는 순서가 없다. 살리기아도 외우기 싶게 구성한 것일뿐이라고 했다.
가이 레슈차이너는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답게 이 일곱 가지 죄악의 면면을 환자를 중심으로, 그리고 환자에게 생긴 뇌의 이상에서 찾고 있다. 그러니까 이것을 죄악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관점, 의학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신경생물학적 원인을 가지고 있는 증상으로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를테면 분노라든가, 색욕이라든가, 탐욕 등으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사회 통념상 인정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므로.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심한 신체적, 심리적 외상으로 행동이 달라진 사람은 정상일까?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은 정상일까? 주도니 문제는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이냐’다. 정상이 어디서 끝나고 비정상이 시작되는 지점, 윤리학이 갑자기 병리학으로 대체되는 지점이 어디인가.” (275쪽) 우리는 너무 많은 비정상, 또는 너무 적은 비정상의 극단 사이에서 오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 레슈차이너는 정신의학과 신경생물학의 대립을 자주 이야기한다. 이는 이러한 신경생물학적 근거를 가진 질병으로 인한 잘못을 정신의학적 문제, 그러니까 마음의 문제, 정신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저자도 이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한 고민은 일곱 가지 죄악에 대한 얘기를 모두 마친 후에 마지막 챕터로 ‘자유 의지’에 대해 쓴 것으로 이어진다.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연구 결과에 대해서 받아들이면서도 마음으로는 온전히 자유의지를 부정하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쓰고 있다.
어떤 잘못은 분명 뇌 이상의 결과이다. 뇌도 유전적, 사회적, 해부학적 배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경과학에서의 질병이나 기능 장대는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의 결합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죄악에 대해서 잘못을 물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만약에 범죄의 신경학적 근거를 철저히 받아들이고, 자유의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 제도는 도덕성이 아니라 사회 보호와 교정의 측면에서라도 제재의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서양 기독교가 죄악이라고 했던(사실 동양에서도 다를 바는 없었다) 일곱 가지 죄악이 현대에 어떻게 나타나고, 그런 이상의 근거를 뇌과학, 신경과학이 어떻게 밝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동시에 그런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법적 판단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거리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