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표,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교수의 책은 이미 몇 권 읽었다. 《김홍표의 크리스퍼 혁명》을 통해 요즘 생물학 연구에서 대세적인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뿐만 아니라 유전학의 역사에 대해서 다시 공부했고, 《가장 먼저 증명한 것들의 과학》을 통해서는 생명과학의 역사에서 걸출한 업적을 세운 과학자들의 삶과 연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밖에도 그가 번역한 책도 몇 권 읽었다).
그가 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색하고 읽은 글은 없었고, 어쩌면 이렇게 그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 나오면 읽겠다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김홍표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슴없이 구입했고, 읽었다.
다른 책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중심은 ‘질문’이다. 생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본래의 연구 전공(그것도 다양하지만)에서 훨씬 나아가 진화학, 식물학 등에 닿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질문을 보다 더 잘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관심과 질문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전의 책과 이어지지만, 이 책이 좀 다른 점은 관심과 질문이 더 다양하다는 점과 더불어 그게 사회에 좀 더 다가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에 연재되었다는 점이 그런 성격을 갖게 하였을 테지만, 학문이 깊어지면, 넓어질 수 있고, 또 사회에 다가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여기의 글들을 읽으면 (그 글을 쓴) 계절을 많이 느낄 수 있다. 과학을 하다 보면 (특별한 분야를 제외하곤) 계절과 상관없는 연구를 하게 되고, 그래서 계절의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독특하다는 느낌, 혹은 생경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실험을 하고, 연구계획서를 쓰고, 논문을 읽고, 논문을 쓰다가 창 밖을 보며 계절을 느껴본다면 조금은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학자로서도.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과학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보다 그걸 느낄 수 있어 더욱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