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은,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과학고등학교를 나와서 카이스트를 다니며 암을 연구하는 연구자를 꿈꾸던 학생은 어느 날 우연히 동물원에서 마주친 아무르표범으로 인해 인생의 항로를 바꾼다. 한반도에서는 사라져버린 생물 종. 그 동물로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가 싶지만, ‘근성 하나를 밑천으로’ 밀고 나갔고, 보전생물학이라는 분야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는 20년을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을 살려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보전생물학에 뛰어들어 인도네시아의 자바코뿔소에서 시작하여, 남아메리카의 작은 국가 벨리즈에서는 해양 보호와 관련한 일을 했다. 그리고 중국과 라오스에서는 호랑이를 쫓았고, 한국에 돌아와서 국립생태원 멸종위종복원센터에서 일한다. 여기서 운명과도 같이 아무르표범과 재회하고, 사향노루와 삵을 만난다. 이 책은 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를 읽으며 드는 생각은,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을 살려내는 일은 결국 그 생물들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이 해온 일은, 코뿔소, 호랑이, 표범, 사향노루와 같은 동물을 마주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동물들이 사는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 동물들을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또한 설득하기 전에 그 사람들의 삶과 의식에 공감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렇게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정립된 가운데, 그리고 인간들의 삶이 다르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납득했을 때 비로소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꽤 오래 전에 읽은 일본의 기린 연구자 군지 메구의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가 떠올랐다(https://blog.naver.com/kwansooko/222205740131). 기린 해부학이라는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좋아서,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꿋꿋하게 해나가는 모습은 호랑이와 같은 사라져가는 생물들을 보전해나가는 일을 하는 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의 모습과 겹쳤다. 군지 메구와 같이 임정은에게도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존중하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가 선진국이라 생각한다.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