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 《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
권오길 선생의 《별별 생물들의 희한한 사생활》는 온갖 꽃, 곤충, 새 들의 생활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 생물 자체에 대한 설명보다 더 잘 읽히는 부분들은 그 생물들과 얽힌 선생의 사연, 그리고 그 생물 주변의 이야기들이다. 그런 사연과 이야기들이 정감 어린 문체와 더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다소 의고체가 섞여 있지만, 선생의 연세를 생각하면 탓할 거리도 아니고, 오히려 정감 어린 구어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요즘의 생물학(Biology)은 ‘생물’을 잘 다루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생명과학(Life Scienc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도 많고, 생명과학의 주류가 분자생물학인지라 살아 있는 생명체를 온전히 연구하는 생물학자도 많지 않다. 그래서 생물학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생물이 거의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어떨 때 생각해보면 과연 생물학자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책이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권오길 선생의 이 책은 <교수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라 교수들이 대상이지만 생물학 교수가 전체 교수에서 차지하는 비유이 그리 많지 않기에 쉽게 썼다고 했다. 거기에 덧붙여 <교수신문>을 공들여 읽는 생물학 전공 교수도 적을뿐더러 생물학 전공 교수라 하더라도 진짜 ‘생물’을 가지고 연구하는 이는 적기 때문에 생물학 전공 독자를 감안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생물학을 전공하는 이들이 읽었으면 할 정도로 살아 있는 생명체를 대하는 자세나 그 생물과 관련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 같은 것을 잘 배울 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