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파커, 《험블 파이》
수학에 관한 진지한 유머감각이랄 수 밖에 없다. 수학에 대한 긴장감을 풀고 즐겁게 다가가고 있으니 유머스러운데, 수학을 다룬다는 것, 게다가 수학에서 실수가 가져온 막대한 결과에 대해서 쓰고 있으니 진지해질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형식은 자유롭고 유머가 가득차 있는데, 내용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저자인 매트 파커는 호주 출신의 전직 수학 교사이자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이면서, 수학 관련 공연을 하고, 유튜브도 제작하는 등 대중과의 접점이 매우 넓은 수학자다. 바로 그런 넓은 대중과의 접점이 이런 책을 낳게 하는구나 싶다. 영국에서 수학교양서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기록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매트 파커의 《험블 파이》는 수학과 수학과 관련된 공학에서의 실수를 잔뜩 다루고 있다. 그 실수는 참 다채롭다. 설형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문서에서 나타난 실수나 달력을 만드는 데서 나온 계산 실수 등 역사적 실수에서부터 영국 표지판의 축구공 모양(육각형만으로 공을 만들 수 없음!)과 같은 사소한 실수, 볼트를 잘못 끼움으로써 수백 명의 죽음으로 이어진 공학적 실수, 단위를 헷갈려서 벌어진 우주선의 폭발, 또 증권 시장에서의 엄청난 손실 등등. 가장 철두철미해야할 것 같은 수학에서의 실수는, 마지막 보루가 허물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실수가 아닌 것들도 있다. 실수를 가장한(혹은 연결된) 의도적인 왜곡인 셈인데, 반올림 등과 같은 수법을 통해서 엄청난 금액을 횡령하거나, 통계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생존자 편향이나 벤포드의 법칙과 같이 다른 데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왜곡의 사례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그것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수학적 실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수학적으로 밝혀낼 수 있는 것임에도 눈을 감거나, 혹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들까지 포함해서.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결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실수로 점철된 수학의 불완전함에 대한 비아냥이 아니다(수학자가 그런 의도를 가질 리는 없다). 또한 수학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실망감도 아니다(우리는 수학을 가지고 이만큼이나 문명을 건설해 왔다). 그렇다고 단순히 수학고 공학의 실수담을 여담(餘談)처럼 즐기자는 것도 아니다(사실 그래도 될 듯 하기도 하지만). 매트 파커는 이 실수를 통해서 우리가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미 역사를 통해 저질러온 실수를 현대에 와서도 반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그런 실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이런 실수를 통해서 무언가를 배운다면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문명은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인용한 해롤드 심블비의 글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실수한 사람들은 정직되거나 보직 변경되는데, 그렇게 되면 ‘실수하지 않은 사람들’만 남아 오류 관리에 대한 경험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