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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Oct 23. 2020

이슬람교의 기원, 하나의 신과 하나의 제국을 향하여

톰 홀랜드, 《이슬람 제국의 탄생》

이슬람교는 7세기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 탄생했다고 한다. 경전은 무함마드가 한 말을 모은 《꾸란》. 그런데 톰 홀랜드가 파헤친 바로는 무함마드에 대한 초기 기록은 너무나도 빈약할 뿐만 아니라, 무함마드의 행적이나 《꾸란》에 적힌 내용들이 모순이 적지 않다. 세계 초강대국을 건설하고, 현재까지도 강력한 종교적 힘을 과시하고 있는 종교이지만 정작 그 뿌리에 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과연 이 종교는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이른바 ‘아브라함의 종교’라 하여 뿌리가 같다. 그들이 믿는 신은 야훼, 여호와, 알라로 이름은 다르지만 동일한 존재다. 그럼에도(오히려 그래서일까?)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에도 가장 격렬하게 대립하고 반목하는 종교들이다. 톰 홀랜드는 이슬람교의 탄생 배경을 통해서 그 대립과 반목의 기원을 되짚어보고자 한다(내 생각엔 그런 의도를 구체적으로 내비쳤던 《페르시아 전쟁》보다 이 책이, 그런 의도를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더 그런 의도에 부합한다). 


톰 홀랜드는 멀리 돌아간다. 무함마드와 이슬람교이라는 종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책의 2/3 정도가 지나서이다(앞머리에서 현재 기록의 모순을 지적하긴 하지만). 대신 무함마드와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이전의 세계(사실은 유럽과 현재 중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한한 것이지만)에 대해서 살펴본다. 로마와 페르시아라는 두 제국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던 고대 후기. 기독교를 탄압했던 로마 제국은 기독교가 공인되어 오히려 기독교를 전파하는 주체가 되었고, 페르시아 제국은 조로아스터교가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거기에 유대인들의 유대교가 있었다. 기독교도 니케아 공의회 등을 통해 교리를 정리해가고 있었지만, 다양한 종파가 존재하며 서로를 이단이라 규정하며 다투고 있었고, 페르시아 제국 내에서도 마니교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교가 조로아스터교와 대립하고 있었다. 톰 홀랜드는 콘스탄티노플로 중심을 옮긴 로마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을 정치적 격변과 함께 종교적 풍경을 한참이나 서술한다. 바로 그게 이슬람교의 탄생 배경이다. 


이슬람교는 어느 날 갑자기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북적이던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접경 지역에서 다양한 종교의 영향을 받아서, 그리고 정치적 배경을 두고 탄생한 종교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슬람교가 과연 종교로서 틀을 갖추게 된 과정이다. 예수가 기독교를 창건한 것이 아니었듯이(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여기서도 바올(바올로)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본다),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직접 창건하거나 그 교리를 정리한 것은 아니다. 물론 무함마드 생전에 작지 않은 세력을 형성하였지만, (기독교의 성서가 그랬듯이) 《꾸란》도, 구에 대한 주석서도 그의 사후 한참 후에야 정리되었다. 톰 홀랜드는 이슬람교가 종교로서 틀을 갖추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기를 우마미야 왕조 5대 칼리프 아브드 알말리크 때를 들고 있다. 압둘라 이븐 알주바이르와의 격렬한 경쟁을 통해 패권을 잡고, 영토를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그 사상적 기반을 이슬람교로 확정한 인물이다. 스스로 종교적 신심이 깊었다기보다 제국의 통일을 위해서 종교의 유용성을 깨달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그의 아들 왈리드 대에 개종한 유대교 랍비 출신의 법학자들(울라마)의 도움을 받아 (유대교의 <탈무드>와 비견되는) ‘순나’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톰 홀랜드는 이렇게 쓰고 있다. 

“토라에서 끌어 모은 것, 조로아스터교 의식에서 건져 올린 것, 페르시아의 관습에서 따온 것, 이 모든 것들이 울라마가 이어 맞춘 전당의 구성물이었다. ... 순나는 그리하여 가장 광신적인 총독마저 애써 무시하고 싶어 했을 만한, 강력한 권능을 지닌 하느님의 뜻을 알리는 지침이 되었다.” (522쪽)

말하자면 이 지침으로 말미암아 이슬람교는 세속적 권력보다 법학자들의 해석이 더 센 종교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슬람 제국은 바로 그 종교에 복속되었던 것이다. 곧 우마미야 왕조가 무너지고(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존속했지만), 아바스 왕조로 권력이 이동했지만, 이슬람교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건 이슬람교만이 아니다. 

“카이사르, 샤한샤, 칼리프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수라의 학교에서 가르친 랍비, 니케아 공의회에서 만난 주교들, 쿠파에서 이슬람을 연구한 울라마는 살아 있는 존재로 지금껏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551쪽)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과연 펜은 칼보다 강한 모양이다.”


사실 이 책은 논쟁적이다. (이슬람교를 폄하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지만) 이슬람교에서는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아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고 본다. 그들의 해석, 아니 그들의 경전의 내용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교나 기독교 쪽에서 봐서도 그렇다. 그들 종교의 발달 과정에서 그런 분쟁과 치욕,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6, 7세기 고대 후기의 세계의 모습(물론 여기의 세계가 세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을 이처럼 생동감 있게 그려놓은 책은 드물다. 현대에 와서도 수십 억의 인구가 믿고 있는 종교들이 이처럼 피비린내를 풍기며, 권력자와 종교지도자들의 위선 속에서,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영향 속에서 탄생했다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다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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