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예이츠,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의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에서 사실 새로운 수학의 내용이 있는 건 아니다. ‘알고 보면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는 표현에서도, ‘일상의 모든 순간’이라는 표현에서도 여기서 얘기할 수 있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가 이미 익숙한 것일 수도, 잘 알려진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일상의 것들이, 세상이 수학과 관련이 있는 데도 그것이 아직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놀라운 일 아니겠는가.
여기서 다루는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사례의 놀라움과 위험성 - 이를테면 체르노벨 원전 사건이나 미술품의 연대 측정 방법, 인구 폭발의 비밀 같은 것들.
암 진단을 받았을 때의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학적’ 센스(간단히 표현하자면 조건부 확률)와 진단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쉽다! 두 번 검사하면 된다!).
법정에서 오용된 수학, 통계의 사례. 이는 드레퓌스 사건이라든가, 영아돌연사 사건이라든가, 아만다 녹스의 사건 같은 경우인데, 《법정에 선 수학》 같은 책을 비롯한 많은 책에서 다루었던 문제다.
통계에 속지 않는 법에서는 교실 안이나 술집에서 임의의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을 확률과 같은 고전적인 문제와 대선의 여론 조사, 평균회귀와 같은 통계의 함정 등을 다룬다. 거기에 과학과 의학에서의 트릭!
또 수 체계(십진법이라든가 12진법, 2진법 등) 때문에 곤경에 빠지는 경우와 단위 문제(우리는 별로 겪지 않는 문제인데, 미국이나 그보다는 조금 드물게 영국에서는 매우 심각하다).
알고리즘과 최적화의 문제-알고리즘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이미 그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짠 인간의 선택이 들어 있는 문제.
그리고 팬데믹 시대의 수학.
이렇게 보면 모두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없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보면 될 터인데, 그럼에도 이 책이 신선한 점은 다루는 예에 있다. 이를테면 생일 문제에서, 키트 예이츠는 바로 생일 문제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많은 교양 수학책이 그렇다), 이슬람 광신도의 테러 문제와 그에 대한 진부하고 그릇된 해석을 이야기한다. 주로 유방암 진단을 예로 들고 있는 조건부 확률에 대한 이야기는(물론 그 이야기도 하지만) 시대에 맞추어 개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이렇게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대한, 어쩌면 잘 알려진 얘기를 하면서도 참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미 많이 소개된 예마저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은 마지막 장이다. 이 책은 COVID-19 팬데믹 이전에 쓰였지만, 그래서 그 단어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천연두, 에볼라, 홍역, 수두, 인플루엔자 등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마치 COVID-19를 경험하면서 쓰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즉, 지금의 이 사태는 매우 특별한 것이긴 하지만 역시 수리역학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참고로 그는 수학자인데,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만 수리생물학이 전공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은 바로 지금 저자가 이 부분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꿀 단어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역과 격리는 전파율을, 따라서 그와 함께 유효 재생산 지수를 줄이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감염자를 격리하면 확산 속도를 줄일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을 격리하면 유효 감염 대상군을 줄일 수 있다.” (339쪽)
키트 예이츠는 수학의 힘을 이용하여 도움을 받기를, 그리고 수학을 잘못 사용하는 이들의 권위에 도전할 것을 이야기한다. 수학을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악의 실수를 피할 수 있기 해며, 변화에 대해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화의 시대에 현실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수학을 이해한다면 확실성의 착각을 깨뜨리고, 비율 편향, 잘못된 틀 짓기, 표본 추출 편향을 이해하여 신문이나 정치인들, 광고의 통계 수치가 반쪽의 진실, 혹은 완벽한 거짓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백신이야말로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학은, 때로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또 속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