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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5. 2020

우리의 역사이기도 한 메이지 시대

도널드 킨, 《메이지라는 시대 2》

메이지라는 시대1권이 메이지 천황이 등장하고, 일본이 근대화의 길이 접어드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갈등을 주로 다루었다면, 2권에 접어들어서는 일본이 제국주의화하면서 일본 내의 상황보다는 일본과 다른 나라 사이의 갈등이 주로 다루어진다. 그 다른 나라에서도 특히 중요하면서 많이 다뤄지는 나라는, 당연히 조선, 혹은 대한제국이다. 바로 그래서 2권을 읽는 느낌이 1권을 읽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2권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행위들을 일본이 생각하는 바를, 다시 외국인 연구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읽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적지 않은 괴리가 존재한다. 어느 것이 옳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도 든다. 그건 조금은 유쾌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그것을 전적으로 인정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그것도 하나의 시각이다.

 

2권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에 벌어진 일들을 보면, 우리에게 너무나도 아픈 역사이면서, 또 세계적인 격동의 시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2권의 첫 장은 임오군란으로 시작한다(여기서는 한성사태라고 쓰고 있다). 대원군과 명성황후(여기선 민비라 칭한다)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그리고 청일 전쟁이 다뤄지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있었다. 청나라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의화단의 난이 있었고, 러일 전쟁이 벌어진다. 그리고 1905년의 을사 늑약(물론 이런 용어는 쓰지 않는다)이 다뤄지는데, 1910년 한일 합병(여기의 표현이 그렇다)에 이어지기 전에 한 장에 걸쳐 이토 히루부미와 안중근에 대해서 쓰고 있다(이토 히로부미의 비중 때문에 그런 것이긴 하지만, 안중근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다루는 것도 이례적이다 싶다). 그리고 1912년 메이지 천황은 세상을 떠난다.

 

여기서 앞에서 언급했던 한일 사이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부분, 혹은 우리가 별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분을 언급하자면, 안중근과 한일 병합에 관한 부분이다. 우선 안중근에 대해서부터 보면, “안중근이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던 인물은 의심할 나위 없이 메이지 천황이었다.” (1345)라고 쓰고 있다. , 안중근은 한일 관계의 악의 근원은 오로지 이토 히로부미와 같은 이들에게 있고, 메이지 천황은 평화를 존중하고 한일 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인물로 보았다는 것이다.

 

한국 합병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한국인 중에는 이토가 착수한 개혁에 감명 받은 자가 꽤 있었고, 또 일본과 협력 체제를 취함으로써 한국에 물질적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자도 있었다.” (1355)

정말 그런 자들은 있었다. 이른바 친일파라고 하는 이들인데, 이들이 일부의 한국인을 의미할 수 있는지 굉장히 의문이다. 그런데 도널드 킨은 송병준이나 이용구 같은 이들을 인용하면서 그들이 한일 합병을 옹호했다는 사실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결과가 결국은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가져다 주었다고 쓰고 있지고, 일본의 의도 자체에 선한 부분이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대륙에서 일본의 다음 단계 침략을 위한 도약대의 기능 말고는, 한국에 관심을 기울인 흔적이라고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도널드 킨은 합병의 강제성에 대해서도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역사의 쓰라린 부분이기도 하고,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외국인 학자가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책은 메이지 천황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근대화를 이루고, 또 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섰는지를 아주 흥미롭게, 또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은 순조로운 과정이 아니라, 갈등의 과정이면서도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에 취한 듯 행동했던 일본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메이지 천황이 있었다. 메이지 천황이 그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냥 이름뿐인 책임자였는지, 그 과정을 능동적으로 이끌어간 지도자였는지 확정하는 것은 어쩌면 의미가 없는 일인 듯도 하다. 메이지 천황이 그냥 일본이었었느까 말이다. 그가 무엇을 하였든, 무엇을 하지 않았든 일본은 그렇게 했을 것이고, 그 일본의 상징이 바로 그였다.

 

도널드 킨이 쓰고 있듯이, 메이지 천황에 대한 우상화는 독자적인 특질을 갖춘 한 인간으로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동양의 군주국으로부터 열강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근대 국가로 발돋움할 때 그 원동력이 된 존재로서다. 딱 그런 역할이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그 역할을 잘 해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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