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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6. 2020

평화를 위해 전쟁을 기억하라!

하라 아키라, 《청일・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

현대 한, 중, 일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이해해야 하며, 그 역사는 아주 멀리 갈 수도 있지만, 가장 영향력이 큰 역사는 바로 청일, 러일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전쟁을 통해서 일본은 제국의 길을 걷게 되었고, 한국은 식민지로 전락했으며, 중국은 서구의 반(半)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때 결정되었던 역사는 오랫동안, 아니 지금도 한중일 3국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이 역사를 자꾸 들춰보는 것은 지겨운 일이 될 수 없다. 자꾸 들춰보고, 또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현대를 재정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전쟁 시기의 경제사를 전공한 하라 아키라의 《청일・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기초로 한 책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한국인이나 중국인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라 아키라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제국의 길로 나아가는 데 벌인 부끄럽고도 왜곡된 진실을 가차 없이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의 경과이겠지만, 하라 아키라가 얘기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특징적인 것, 인상적인 것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이 책은 시바 료타로라고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소설가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에 대한 비판에서 나온 것이다. 《언덕 위의 구름》을 읽지 않았기에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하라 아키라는 이 책이 일본인들에게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의 왜곡된 인식을 주입하고 있다고 본다(이 소설이 드라마화하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전쟁의 낭만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주면서 전쟁의 목적은 도외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치부는 아예 생략하거나 왜곡시키고 있다고 한다. 하라 아키라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이 역사소설을 바로잡고자 한다. 


하라 아키라는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을 각각 ‘제1차 조선전쟁’, ‘제2차 조선전쟁’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고 있다(스스로는 ‘고집한다’고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전쟁의 교전국이 어디인지를 가리키는 용어인데, 이 두 전쟁의 목적은 이 용어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두 전쟁의 목적은 어디까지 한반도의 지배권 획득에 있었기 때문에 따옴표를 쓰는 ‘조선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왜냐하면 이 전쟁에서 조선은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조선전쟁’이라고 한다면 이 전쟁에서 조선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저 전쟁터만을 제공했다는 참 아프고, 뼈저린, 통한 서린 역사를 더 절절하게 인식하게 될까?) 


그리고 하라 아키라는 청일 전쟁과는 달리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러시아에 승리했다는 것은 다소 과한 인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육군은 러시아 육군을 섬멸하지 못했고, 쓰시마 해전에서 승리한 후 즉각 미국을 통해 강화 조약을 서둘렀던 이유는(그전에 일본과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은 조선을, 미국은 필리핀을 먹기로 약속했었다), 재정적인 면에서 전쟁을 더 지속시킬 수 없었던 일본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경제사 전공자다운 시각이지만,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에서도 그런 상황을 자세히 적고 있다). 일반적인 시각은 아니고, 나는 일본이 승리한 것은 맞다고 보지만, 당시의 일본의 상황을 직시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다. 


“상대방의 눈동자를 직시하면서 그 눈동자 속에 조그맣게 비친 자신의 모습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자세” 

저자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사실 그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청일 전쟁, 러일 전쟁(과연 제대로 배우고 이해하려는 지도 모르겠다)과 일본이 바라보는, 중국이 바라보는 그 두 전쟁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은, 그 역사 속에 투영되어 있는 아픈 한반도를 넘어서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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