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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3. 2020

메이지 천황과 그의 시대, 일본 근대화의 길

도널드 킨, 《메이지라는 시대 1》

감정 때문이긴 하겠지만 일본의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특히 근대사는 우리의 역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우리의 굴욕적이고안타까운 역사와 가장 관련이 있는 일본의 인물을 들라면 일반적으로 아마도 이토 히로부미를 들 것 같지만시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메이지(明治천황이야말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일 수밖에 없다또한 일본 근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인물도 바로 메이지 천황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킨의 메이지라는 시대》 (원제 Emperor of Japan 메이지와 그의 세계 1852~1912는 바로 그 메이지 천황을 중심으로 일본의 근대사를 조망하고 있는 역작이다저자 소개를 보면 도널드 킨은 일본 문학과 일본 문화 연구의 일인자로 손꼽히는 문예평론가로 소개되고 있다일본 문학과 문화에 관한 저서를 썼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 국적을 취득했고, ‘키누 히루도라는 일본 이름도 사용한다고 한다그만큼 일본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은 충분히 걸러내면서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독자의 몫이기도 하다.

 

메이지라는 시대》 1권은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 고메이(孝明천황에서 시작한다일본의 천황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 시대를 연 이래로 수백 년 간 완전히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했다(도널드 킨은 유폐된 국사범 같은 신세였다고 쓰고 있다). 그러던 천황의 존재감은 고메이 천황에서부터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고메이 천황은 특히 외국 세력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그것을 수많은 편지로 나타냈다그런 그의 존재감은 당시에 서서히 달아오르던 막부 폐지 운동과 함께 변화의 싹을 보이고 있었다그런데 고메이 천황은 서른 다섯의 나이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만다그런 이유로 아직 열 넷열 다섯의 새로운 천황이 등극하게 된 것이다. ‘사치노미야라는 아명으로 불렸고나중에 무쓰히토라는 본명을 가진 메이지 천황이었다(‘메이지라는 호칭은 원래 연호로 제정된 것이었지만사후에 그게 그냥 천황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고메이 천황 시대에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과의 조약이 맺어졌지만(불평등 조약이었고나중에 이 사실을 깨달은 일본 측은 이 불평등 조약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그러나 일본은 강화도 조약에서 그 불평등 조약을 조선에 강요했다), 양이(攘夷사상이 주를 이루었으나 메이지 천황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상황이 바뀌었다특히 메이지 천황 초기에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의 연합에 의해 메이지 유신이 이뤄지면서 막부 시대가 종식되었고또 몇 년 후에는 체제 자체의 변혁을 의미하는 '폐번치현(廢藩置縣)'까지 이뤄진다또 교토에서 에도(도쿄)로의 천도도 이뤄진다이러한 급변에 메이지 천황의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하지만그 역할에 대해 가장 낮은 평가일지라도 그 시대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역사적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궁궐에 유폐되어 있다시피 했고국민백성과는 완전히 유리되었던 이전의 천황과는 달리 메이지 천황이 상당히 자주 순행을 통해 전국을 돌아나녔다는 점이다그런 과정에서 매우 검소하고자애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천황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서술하는 저자를 감안해야 하지만순행 그 자체로도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또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상당히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도 인상 깊다외국의 사절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뻣뻣할 수밖에 없었지만(기록들을 보면 메이지 천황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고긴장되었지만 자신의 역할을 매우 잘하려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외국인들을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거의 몰랐던 것은 그 시대의 그런 과정이 매우 격렬했다는 것이다천황은 매우 유유자적했던 것 같지만개국과 양이 사이에서정한론(征韓論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등등 많은 사안을 두고 세력 사이의 대립이 매우 첨예했다그 과정에서 일본 근대사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암살이 횡행했다.

 

1권은 1880년대 초반의회 구성에 대한 논란자유민권운동이 무르익어 가는 시기까지 다룬다. 2권을 보면 각 장의 제목 자체가 메이지의 시대가 우리 역사와 맞불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말하자면 1권은 일본의 근대화의 기틀을 세워가는 과정에 대해 읽는 것이라면, 2권은 그 근대화의 기틀이 일본의 역사에그리고 우리의 역사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지를 읽는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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