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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30. 2020

에이머스 데커, 이번엔 마약 조직을 소탕하다

데이비드 발다치,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동료 요원 재미슨의 언니가 살고 있는 배런빌이라는 작은 도시로 휴가를 간다배런빌은 한때는 배런 1세에 의해 광산업 등으로 번성했으나(그래서 도시의 이름도 그 배런의 이름을 따서 배린빌이다지금은 쇠락할 대로 쇠락해서 마약으로 찌든 도시가 되어버렸다이른바 러스트벨트의 전형적인 지역이다(우리는 미국 대선 뉴스를 통해 이 용어가 매우 익숙해졌다). 데커는 그곳에 도착하 얼마 지나지도 않아 기묘한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만다신원도 분명하게 알 수 없고사망 시간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는 시체 두 구를 빈 집에서 발견한 것이다그런데 배런빌에서는 이미 2주 동안 기묘한 살인 사건으로 4명이나 살해당한 상황이었다당연히 데커는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나선다.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에서는 작은 사건처럼 보이는 사건이 점점 그 스케일이 커져간다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괴물이라 불린 남자죽음을 선택한 남자에서 모두 그랬으며여기서도 우연히 맞닥뜨린 소도시의 살인 사건이거대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라는 게 드러난다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작은 단서들을 겨우겨우 찾아 직소퍼즐처럼 짜 맞추어야 하고데커와 동료는 죽음의 위험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소설이니 만큼 당연히 사건은 해결되겠지만소설의 흥미진진함은 이 이야기의 퍼즐이 어떻게 정교하게 맞춰지고그리고 기대에 어긋나면서그래서 기대에 부응하면서 전개되느냐이다이 소설은 그 한 장면을 읽고 나면 다음 장면에선 어떻게 연결될까 궁금하게 만든다데커가 사건의 결론에 이르는 길은 매우 복잡하지만그것을 읽는 독자는 단숨에 거기까지 다다르고 싶게 한다.

 

이 소설이 발다치의 이전의 데커 시리즈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데커의 사건 해결에서 그의 기억력이 별달리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사건 해결 도중 부상으로 기억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길 조짐을 보이기도 하지만(사실은 그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기억력보다는 지력(知力)과 끈기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된다초능력자라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인간이기에 사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그리고 시리즈를 통해 아주 조금씩이나마 상승해온 데커의 공감 능력이 여기서는 거의 정상에 가까워졌다그게 한 꼬마 숙녀 때문이라는 것은 공식과 같은 것이지만 데커를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로 보이고그래서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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