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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01. 2020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진실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다

데이비드 발다치, 《진실에 갇힌 남자》

“데커의 기억력은 장애인 동시에 금광이었다.”(202쪽)

벌써 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는 다섯 권째다. 지난번에 퇴락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마약 거래를 파헤친 데커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딸 몰리의 열네 번째 생일을 맞아. 


그러나 몰리는 이미 몇 년 전에 엄마와 삼촌과 함께 살해당했다. 그 충격으로 데커는 밑바닥으로 떨어졌였다. 사건을 해결하고, FBI와 일하면서도 매년 딸의 생일에 찾아오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딸의 묘지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13년 전 형사로서 처음 맡은 살인 사건의 범인이었다. 그는 감형 없는 종신형을 받고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말기 암으로 석방이 되었다(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교도소는 경비 절감을 이유로).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당시 모든 증거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가 범인임을 지목하고 있었음에도. 


그런데 그날 밤,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하소연한 그는 자신의 거처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데커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가 떠오르고,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차례로 사라지거나 살해당한다. 《폴른》에서도 그랬지만, 그건 데커가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진실에 갇힌 남자》, 여기서도 데이비드 발다치(갑자기 ‘데이비드’라는 이름이 새삼스럽게 되뇌게 되는데, 캐롤라인 냅이 칼럼에서 ‘데이브’라는 이름과 ‘데이비드’라는 이름을 비교했었다. ‘데이비드’는 아주 긍정적이었다)의 장기는 여지없이 발휘된다. 그의 장기는 작은 사건(살인 사건이 작은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을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건으로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그 작은 사건은 겨우 그 거대한 음모의 끝자락에서 벌어진 우연한, 혹은 무시할 만한 사건이었지만 데커에게 걸린 이상 끝까지 파헤쳐지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그 진실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고, 또 파헤친다. 


그런 발다치에 대해 잘 알기에 소설을 읽으면서, 안개를 헤매는 것 같고, 하염없이 복잡해지기만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고 그게 어떤 쪽으로 이어질까 궁금해했다. 그래서 그 사건의 본체가 한 개인이, 혹은 한 팀이 감당하기에는 커다란 규모였다는 것이 밝혀지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묻어놓은 또 하나의 비밀은 이 거대한 규모의 사건이 그 작은 인연으로 그곳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어느 정도는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있을 거라는 것은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풀리리라고는 거의 50쪽을 남기기 전까지는 예측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런 사연이 위기에 처한 데커의 팀이 살아남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소설의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진실이 늘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때론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진실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는 데커 같은 인물이 있기에 진실이 가치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데커 시리즈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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