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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16. 2020

냄새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A. S. 바위치, 《냄새》

저자인 A. S. 바위치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지만 후각은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주목받지 못해왔던 감각이다감각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는 시각 위주였고거기에 청각이 힘을 보태왔다반면 후각은 천대받았고믿지 못할 감각이라고 생각해왔다현대 과학도 후각에 대한 연구는 더뎠다일반적인 인식 때문이기도 했지만또 다른 이유는 후각 연구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이를테면어떤 사물을 보고 저게 무엇인지어떤 색깔인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은 말을 하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없지는 않다), 냄새에 관해서는 동일한 냄새를 맡고도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냄새는 주관적이다그러다보니 그 냄새를 분류하는 것부터후각이 작동하는 원리를 밝히는 것 등등이 쉽지 않았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후각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다바로 1991년 린다 벅과 리처드 액셀이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발견하고 발표한 것이다(그들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후각 수용체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rotein coupled receptor, 약자로 GPCR이라고 한다)에 해당하는 것이었고이것들은 많은 포유류에서 가장 큰 유전자 집단을 구성하고 있었다그만큼 진화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감각이 후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후로 후각에 대한 연구는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분야에서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물론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A. S. 바위치는 굳이 따지자면 과학철학자다하지만 그녀는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고 도중 독특한 경력을 가지게 되는데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이라는 신경생물학자를 소개받고 그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게 된다그는 후각 연구에서 가장 최전선에서 연구하는 연구자였다(그리고그는 이그노런스라고 하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후각냄새에 관한 연구의 가장 최신의 발전을 목도하고직접 연구도 하게 된다그리고 많은 과학자와 과학철학자냄새 연구가(조향사들을 비롯하여)를 인터뷰하면서 이 책을 썼다.

 

대체로 네 가지 분야를 통해 냄새후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역사철학신경과학심리학이 네 분야가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역사 속에서 냄새에 관한 철학이 있고철학 속에서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성과가 담길 수 밖에 없다신경과학은 그 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발달해 온 것이다특히 후각은 주관적이라(그렇지만 믿을 만한 감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다른 감각보다도 심리학적 요소가 매우 강한 감각이며따라서 철학적 해석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기도 하다(“심리학적 현상은 신경 처리 과정의 표현이며후각을 탐구해 온 역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철학적 시각은 통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그렇게 이 책은 후각에 관해서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고그것을 또 통합하려 하고 있다그럼에도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는 분야가 있는데그것은 냄새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 대한 부분이다바로 3장 코를 사유하다에서는 마음의 한 요소로 냄새가 하는 역할을, 4장 냄새기억행동에서는 생물학적의 연구와 사회적 시각을 서로 상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이를 통해 냄새라는 것이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감각이라는 것냄새가 우리의 생리적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이는 이어지는 후각에 관한 최신 과학그리고 냄새에 관한 철학의 바탕이기도 하다(솔직히 이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어려워진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후각에 관한 통합적인 이론은 없는 듯하다그래서 신비로울 수 있으며그래서 아직도 연구할 내용이 많은 분야가 이 분야다코가 있으면 모두 읽어야 한다는 레슬리 보스홀의 지적은 좀 과하지만그래도 후각에 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근거를 이 책은 보여준다적어도 휴대전화와 코 중 어느 것을 포기하겠냐는 질문에 코를 포기하겠다는 답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2011년 16~22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코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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