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Dec 16. 2020

신약성경은 인간이 만들고 관리해 온 '텍스트'

정기문, 《교회가 가르쳐주지 않은 성경의 역사》

그런데 오늘날 매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신약성경의 말씀들이 다 이루어지기는커녕 그 말씀들 즉 성경 본문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어제까지 멀쩡히 있던 본문에 어느 날 갑자기 없음이라는또는 삭제할 것을 고민 중이라는 표기가 붙고 있는 것이다.”

 

성경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믿고 문구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모양이다어떻게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에 오류가 있단 말인가하지만 신약성경이 탄생하게 된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이상할 상황이다우선 신약성경은 누군가가 쓴 글이다그 누군가는 바로 사람이다어떤 필요에 의해서 책을 썼고그 책에는 당연히 저자의 생각이 들어갔다그리고 당시 책은 모두 필사본이었다그러니 책을 필사해서 전하는 과정에서도 필사자의 오류는 물론 그를 포함한 집단의 견해도 반영됐다.

 

원래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자기가 거룩한 성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글을 썼고나중에 자기네 글이 신앙의 참고 자료로 예배와 교육에 이용되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 그들은 교회에 전해 내려오던 여러 전숭을 자신의 신학에 맞추어 편집했다.” (7, 180)

 

그러다보니 저자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복음서도 있고그 복음서가 전하는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빌어 쓴 복음서도 있고새로이 쓰거나혹은 구절과 단어를 바꿔치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

 

정기문은 19세기 이후 시작되고, 20세기 들어서는 활발해진 성경 필사본 연구성경에 대한 비평 연구를 토대로 신약성경이 어떻게 이루어졌고어떻게 개변(혹은 변질?)되었는지를 논하고 있다제목에 교회에서 가르쳐주지 않은이라고 했지만사실은 많은 성경 연구자성경 편집자나기독교 지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하는 내용들이다.

 

주로 분석의 대상이 되는 신약성경은 이른바 사복음서라 일컬어지는 <마태오 복음서>, <마르코 복음서>, <루카 복음서>, <요한 복음서>이다이 사복음서는 특히 예수 당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그를 보필했던 사도들이 쓴 것으로 믿어지는’ 기록이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이룬다그런데 정기문은 여기의 기록들을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본다특히복음서의 제목이 되는 사도들이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초기 구성원들의 집단 작품이라는 견해다그리고 입장에 맞추어 개작되고 편집된 작품이라고 본다(그 근거들은당연히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복음서 간의 모순이 존재하고내부에서도 서로 상충되는 내용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오로 서간도 마찬가지다바오로야말로 기독교를 세계 종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만든 인물이다(어쩌면 기독교는 예수의 종교가 아니라 바오로의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는 이도 있다).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13권이 그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만 봐도 그의 권위를 알 수 있다하지만 그 13권 가운데 6권은 후대에 다른 사람이 그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라고 한다그나마 나머지 7편의 진정서간도 여러 편지를 모아 놓은 경우가 있고또 왜곡된 경우(특히 여성에 대한 비하 같은 것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정기문의 견해가 얼마나 옳은’ 것인지 나는 판단할 자격도능력도 없다하지만 적어도 성경이 역사적인 과정을 거쳤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본다역사 속에서 어느 정도나 개작되고 왜곡되었는지는 모르지만그 과정을 거쳐 왔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이는 기독교를 믿고안 믿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진짜 신앙이라면 모든 것을 무조건 믿는 것일까부터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진짜 성경즉 예수나 바오로의 가르침을 바로 알고 행하기 위해서는 그릇된 것모순된 것은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정기문의 작업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한다




작가의 이전글 냄새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