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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21. 2020

빛나는 작은 나라들

이토 치히로, 《늠름한 소국》

작년 하반기부터 읽었던 몇 권의 책들비에른 베르예의 오래된 우표사라진 나라들조슈아 키팅의 보이지 않는 국가들다카노 히데유키의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으로 읽었다이 지구상에는 미국일본중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을 비롯한 대국(大國)만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작은 나라들도 자신만의 독립성을 지키면서(지키고자 고군분투하면서나름의 문화를 일구며 존재하고 있다당연히 우리의 삶에는 크거나 잘 사는 나라들에 의존하고 연관을 맺는 경우 많겠지만그런 나라들의 존재에 대해서 무시할 이유는 없다아니 오히려 그런 나라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더 큰 시사점을 주는 경우도 있을 듯하다.

 

대학 시절부터 작은 나라들에서 활동을 해오고신문 기자가 된 이후에도 그런 나라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켰던 이토 치히로는 여행사의 기획에 따라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네 나라를 방문한다코스타리카쿠바우즈베키스탄미얀마(코스타리카와 쿠바는 그에게 이미 익숙한 나라였지만우즈베키스탄과 미얀마는 그렇지 못했다). 이 나라들에 대해 들어본 적도 있고위치와 역사에 대해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그 나라들에 대해서 깊게 관심을 가져본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쿠바는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한 쿠바 혁명그리고 케네디 시절의 쿠바 위기 등으로 익숙한 나라이지만최근의 상황에 대해서는 무지하고미얀마는 버마라 불리던 시절의 북한 테러로그리고 이후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 운동또 최근이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나라이다하지만 역시 미얀마도 어떤 경로를 거쳐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그리고 현재 상황은 어떤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형편이다.

 

그래서 쿠바와 미얀마가 궁금했다쿠바는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에 이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미얀마는 아직도 군부의 힘이 막강하지만 부분적인 민주화를 이루면서 역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특히 쿠바의 경우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사회정의에 기초한 국가의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그런데 정작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나라는 코스타리카다중미의 코스타리카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평화헌법을 제정한 나라라는 것도 몰랐었다(‘일본에 이어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무색한 말인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진짜 군대를 없애고군사비 예산을 교육에 투자해서 진짜 평화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높고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코스타리카야말로 이 책의 부제인 빛나는 작은 나라들에 어울리는 나라인 것이다.

 

우즈베키스탄도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건 저자인 이토 치히로도 마찬가지다). 독재국가이며 매우 위험한 나라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며 그렇게 소개되고 있지만독재국가인 것은 맞지만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국가 중에 유일하게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나라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고또 탈출 계획을 미리 염두에 두고 가야할 만큼 위험한 나라도 아니라는 게 치토 이치로의 경험이다.

 

단 네 나라만 소개하고 있고이 네 나라만이 주목받아야 할 작은 나라들은 아닐 것이다세계의 모든 작은 나라들 모두 나름의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는 나라들일 것이고또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런 나라들 모두를 아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그 작은 나라들의 이름을 접했을 때 무턱대고 무시할 권리를다른 나라들이 가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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