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호(고 가쓰히로), 《스완》
오승호의 《스완》을 읽으며 그의 대뷔작 《도덕의 시간》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되돌이켜보았다. 거기서 오승호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형식에 ‘도덕’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여기서도 그는 소설 속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구도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사건은 소설의 초반에 다 벌어진다. 4월의 일요일.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모티브로 한 대형쇼핑몰 ‘스완’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 묻지마 총격사건이다.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본인들은 자살해버린 사건. 그러나 소설은 금새 그 범인들에서 초점을 거두어버린다. 그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중심에 선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고, 죽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명목상으로는 그날 상식과는 조금 벗어난 행적을 보이면서 살해된 어느 할머니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다섯 명의 생존자를 모으고 그들의 행적을 쫓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의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는데... 소설은 그 과저에서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가타오카 이즈미는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를 지목해야만 했고(혹은 그렇다고 언론에 의해 왜곡되었고), 범인들을 쫓고, 부상당한 이를 도우려고 했는데 흥분하여 던진 말에 할머니가 죽게 된 이도 있고, 아내와 아들의 죽음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미 범인은 죽고 없으니) 또 다른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몫을 지라고 강요했던 이도 있고, 살아남기 위해 소년을 방패막이로 삼았고, 그후 그 상황을 왜곡하는 기사가 나가도록 한 친구도 있다. 정말 악은 시종일관 악이고, 선은 시종일관 선인가? 우리는 순간순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때마다 결정을 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 아닌가?
특히 가타오카 이즈미가 언론과 SNS를 통해서 받는 비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왜 이렇게 악의가 만연해 있는 건가요?“라고 항변하며, 사실을 알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세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 사실을 밝히고 그걸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짐. 그 끝이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점점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나를 느낄 수가 있었다. 소설이 이야기로서 가지는 매력과 함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과 입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도덕적 효용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아픈 소설이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고, 반전은 극적이지 않지만,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