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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16. 2021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세상의 이치

장원청,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몇 가지 법칙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이치를 설명하는 법칙의 명칭을 외우고 있을 필요도 별로 없다(가끔 있을까?). 하지만 그 법칙이 알려주는 세상의 이치는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세상을 효율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말이다.


장원청의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는 심리학에서 나오는 75가지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그 법칙 내지는 효과가 나오게 된 실험과 그것이 적용된 사례들을 소개한다. 참 많다. ‘효과’라고 이름 붙은 것들을 가져와 보면, ‘미러링 효과’, ‘앵커링 효과’, ‘웰렌다 효과’, ‘쿨레쇼프 효과’, 브루잉 효과‘, ’양떼 효과‘, ’바넘 효과‘,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 ’헤라클레스 효과‘, ’호손 효과‘, ’벼룩 효과‘, ’발라흐 효과‘, ’퇴행 효과‘, ’삶겨 죽은 청개구리 효과‘, ’마태 효과‘, ’플라시보 효과‘ 등등.


그 밖에도 법칙이라 이름 붙은 것들도 있고, ‘뷔르당의 당나귀’ 식으로 불리는 것도 있으며, ‘밀그램의 실험’, ‘죄수의 딜레마’, ‘돼지 게임’, ‘슈와르츠의 논단’처럼 일컬어지는 것도 있다. 그 명칭만으로는 무언가를 알 수는 없지만, 익숙한 것도 있고, 아주 낯선 것도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심리학의 대가였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그냥 알고만 있을 뿐 그것을 내 삶과 연결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고, 들었을 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뿐인 경우가 많다.


서로 모순되는 것도 없지는 않다. 이를테면,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와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 효과’ 같은 것들은 분명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상황에 따른 대처를 얘기하는 것이지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많은 실수들은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과 생각을 해서 나오는 것이다.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지만, 장황하지 않아서 잘 이해되는 이 심리학의 법칙과 효과 들 중 낯설었던 한 가지만 소개한다.

바로 ‘돼지 게임(Boxed pig game)’이다. ‘뷰티플 마인드’로도 유명한 경제학자 존 내쉬가 처음 제기했다고 하는데, 한쪽에는 돼지 먹이통을, 다른 쪽에는 돼지 먹이 공급을 제어하는 버튼을 설치한 돼지 우리를 가정한다. 돼지 우리에는 큰 돼지와 작은 돼지 두 마리가 있고, 버튼을 밟으면 10개의 통으로 나눠진 돼지 먹이가 공급된다. 큰 돼지는 최대 9통의 먹이를, 작은 돼지는 최대 4통의 먹이를 먹을 수 있는데, 버튼을 밟았을 때 각각 2통 이상의 먹이를 먹어야만 체력을 보충할 수 있다. 존 내쉬의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누가 버튼을 밟으러 가야할 것인가?

큰 돼지가 2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하나는 먼저 버튼을 밟고 6통의 먹이를 먹고, 다른 하나는 작은 돼지가 버튼을 밟고 오기를 기다리면서 9통의 먹이를 먹는 것이다(버튼을 밟으러 가면 그 사이에는 먹이를 먹을 수 없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작은 돼지 역시 2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두 가지 선택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이 버튼을 밟으러 가면 그 사이에 큰 돼지가 9통의 먹이를 먹어버리고, 자신은 남은 1통의 먹이를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통은 체력 유지에 모자란 양이다.

그러므로 작은 돼지는 자신이 버튼을 밟으러 갈 수 없다. 그렇다면 큰 돼지의 경우는 자신이 버튼을 밟으러 가고 6통의 남은 먹이를 먹어야 하는 선택만이 남는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돼지 게임’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경쟁의 약자는 반드시 경쟁 전략을 (선택 보류) 연구하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7쪽)


작은 돼지의 행복은 기다리고, 힘을 비축하는 데서 온다. 큰 돼지는 나무를 심고, 작은 돼지는 그저 바람을 쐬다 기회를 봐서 치고 올라가야 하는... 사실 행복이라기보다는 비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세상 이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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