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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17. 2021

한중일, 일국사(一國史)를 넘어서

미야지마 히로시, 《한중일 비교 통사》


미야지마 히로시는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에서 자신이 한국사를 연구하게 된 동기와 한국으로 건너오게 된 사연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와 함께 자신이 연구한 한국의 역사에 대한 시각을 어렵지 않게 보여주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소농사회론’은 물론, 양반이라는 신분에 대한 새로운 시각, 호적과 족보에 대한 연구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한국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동아시아의 특성과 논리에 걸 맞는 동아시아사(史)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중일 비교 통사》는 바로 그런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동아시아상을 찾기 위한 시도다. 한국, 일본, 중국의 각각의 국가의 역사에 매몰되지 않고, 비교사를 통해 각국을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이해는 보다 정확할 수 있으며, 보편적일 수 있으며, 또한 특징을 또렷이 부각시킬 수도 있다. 또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면이 넓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이런 방식에 동의한다.


책은 2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는 14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의 한, 중, 일 동아시아에 대한 통사이고, 2부에서는 자신의 학설인 소농사회론에 대한 세부 연구를 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부가 각국의 집약적 농업의 성립, 국가의 토지 파악 방식 등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분야를 논하고 있어, 1부의 통사가 훨씬 재미있고, 잘 읽힌다. 그리고 “한중일 비교 통사”라는 책 제목과도 잘 부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를 대체로는 시간 순으로 교차시키며 쓰고 있으면서, 주제라는 측면에서도 대체로 일치시키면서 서로 비교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정치 변동 속에서 탄생한 명, 조선, 무로마치 막부의 얘기에서, 이후 생산 구조와 생활 방식의 변화, 16세기 유럽 세력의 등장과 더불어 비롯된 동아시아 사회의 유동화(그리고 일본의 조선 침략), 만주족에 의한 청나라의 등장과 동아시아 삼국의 국가 체제의 비교 등을 서술하고 있으며, 근대 바로 직전까지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통사 부분은 모든 부분이 흥미롭지만,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5장이다. 여기서는 삼국의 사회와 문화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삼국의 지배 세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중국의 사대부(우리의 사대부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조선의 양반, 일본의 무사가 어떤 차이가 있으며, 로 인해서 지배 구조와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친족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종족(중국), 문중(조선), 이에(일본) 등으로 그 의미와 범위, 역할이 비슷하면서도 분명하게 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형성도 서로 달랐으며, 농촌의 구조도 달랐다. 그리고 주자학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랐던 이유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동아시아라는 범주에서 동일하게 이해해야 하는 측면과 함께 각국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관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역사학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역사 연구에 대해서는 좁은 시야를 비판한다. 근현대사의 특수성으로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련성을 중시하는 것이 정체론이나 타율적 발전론과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한국사의 전개를 지나치게 왜소화시켰고, 연구의 쇄국화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시야를 넓혀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총체적이고 발전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여전히 동아시아는 격동의 시대를 겪고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갈등은 심해지고 있다. 물론 갈등이 내부의 결속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줄 수도 있고, 분명히 잘못된 상황에 대한 결기 있는 대처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무한정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은 동아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야지마 히로시는 이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명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명감의 결실이자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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