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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an 31. 2021

쥐 공원(Rat Park)

1977년 Simon Fraser University의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Bruce Alexander)는 환경이 약물 중독 극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중요한 실험을 했다.


그는 그동안 쥐를 이용한 약물 중독 연구가 그냥 ‘있는’ 쥐를 대상으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쥐들을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 놓으면 어찌될 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는 ‘쥐 공원(Rat Park)’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쥐들을 위한 파라다이스였다. 파라다이스에서 쥐들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당연히 암컷과 수컷을 함께 들였고,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했다.


알렉산더는 일단 두 무리의 쥐를 모두 모르핀에 중독되도록 만들었다. 그러고는 한 무리의 쥐는 쥐 공원에, 또 한 무리의 쥐는 고립된 무서운 공간에 넣었다(실험이지만 세상은 불공평하다!). 중요한 점은 그 두 곳 모두에 일반 물과 함께 모르핀이 들어 있는 물도 함께 넣었다는 점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쥐 공원의 쥐들은 대부분 모르핀을 외면했다. 그 녀석들은 모르핀에서 일반 물로 갈아탔다. 반면 고립된 공간의 쥐들은 여전히 모르핀을 탐닉했다.


빌 설리번은 이 실험 결과를 이렇게 해석한다.

“평균적으로 보면 우리의 행동 또한 이 실험에 참여한 쥐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사람이 다행스럽게도 도파민 보상 반응을 자연적으로 자극해주는 환경에 살게 되면 대부분은 부자연스러운 자극 방법을 추구하지 않는다.” (142쪽)


물론 환경이 전부는 아니다(빌 설리번도 강조한다). 자극이 풍부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마약 문제가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이는 보편적인 원리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건 중독과 관련한 생물학, 생화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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