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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14. 2021

지금 당신이 치킨을 먹고 있다면

가와카미 가즈토,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현재 지구의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하지만, 먼 훗날(인류도 멸종되고난 후) 누군가가 지구에 살았던 화석들을 조사해보면 아마도 지금의 시대를 ‘닭’의 시대라고 할 거란다. 매년 500억에서 600억 마리가 도축된다고 하니... 다른 동물들은 ‘쨉’이 안 된다.


치킨(닭고기라고 하면 그 맛이 살지 않는다)은 가성비에 입각해서 인간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가끔 이 닭(이땐 치킨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다)이 새, 조류라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이 닭이라고 하는 새는 무엇이 달라서 우리 식탁에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는 걸까?


조류학자 가와카미 가즈토가 쓴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는 그 닭과 치킨, 그리고 조류에 대해 요모조모를 뜯어본 책이다. 주로는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은 새가 수각류 공룡으로부터 진화해 온 역사를 더듬어보고 있다. 조류는 공룡 시대부터 존재해 오던 깃털을 이용해서 날개를 진화시키고, 모든 부분에서 경량화에 성공하고, 가슴근육을 키우면서 다른 모든 동물의 염원이랄 수 있는 ‘비행’에 성공한다. 그런데 얄궂은 것이 닭에는 바로 그런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면서도 날지 못하기에 인간에게 가축화되었고, 인간에게 가축화되면서 더 날기에 부적합한 형태가 되어왔다는 것이다.


사실 알지 못하던 것이 참 많다. 그러면서도 잘도 먹어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물론 꼭 알아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슴살이 나는 데 필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날개를 ‘들어 올리기’ 위한 근육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안심이라는 것,

날개의 끝부분인 날개깃이 나는 데 정말 중요하다는 것(그래서 동물원에서 날아다닐 수 있는 새들의 경우에도 풀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이 날개깃을 절단하면 날 수 없게 되어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

새들의 다리에서 우리가 무릎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실은 발뒤꿈치라는 것(그래서 새들은 죄다 까치발을 하고 다닌다는 것),

조류의 심장이 전체 중량비로 따지다면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크다는 것(그 이유는 나는 데 그만큼 산소 소비가 많아서 많은 혈액을 빨리 내보내야 해서),

우리가 치킨의 엉덩잇살이라고 생각하는 부위는 엉덩이에 있지 않고 등에 있다는 것(그 부위는 정확하게는 꼬리샘 혹은 지방샘이라 불리고 지방분을 분비하는 기관이란다) 등등


뭐, 이런 것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그냥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진화라는 게 어느 한 동물이나 식물에만 국한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혈액의 산성도와 같은 것을 비교하면, 등등). 그리고 굳이 당장 쓰임새가 없는 이런 것들을 알아가는 연구가 없다면 연구라는 게 점점 실용화 위주가 되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정작 필요한 상황이 올 때는 아무런 연구가 되어 있는 게 없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연구만 하면 나중에 필요한 연구는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라도 단지 우리가 즐기는 바록 그 ‘치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는 것만으로 흥미롭고, 또 그 이야기를 매우 재미있게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동기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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