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Feb 14. 2021

수학을 통해 전염의 원리에 관해 던지는 질문과 답

애덤 쿠차르스키,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이제는 뉴스에 자주 언급되어서 많이들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감염재생산지수’, R값이란 게 있다. 감염자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전파시키는 감염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이게 1보다 크면 감염이 증폭되어 감염자 수가 증가할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원래 감염자 수보다 적은 추가 감염자가 나와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이 줄 것이다. 사실 이 간단한 지수 때문에 방역 당국은 울고 웃는다(웃는다는 표현은 좀 그렇다. 조금 안심한다 정도?).


그런데 전염과 관련해서 그런 간단하고도 직관적인 지수가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890년대 말라리아에 대한 로널드 로스의 선구적인 연구에 이어 20세기 초반에 수학자인 클라우스 디츠가 고안해 낸 것이다. 이 지수를 가지고 독감과 에볼라와 사스, 홍역 등의 전파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해 대비책을 세운다.


그로부터 수학은 감염과 관련하여 역학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고,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천연두의 박멸이다. 물론 천연두 박멸에 수학의 공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대해서는 계산할 수 없지만, 적어도 천연두를 박멸의 대상으로 고르고, 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수학이 사용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도 코로나 19와 싸우는 데 수학은 여지없이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우리는 잘 확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제목에서 ‘전염’은 주로는 바로 그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것이지만, 거기서 제한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많은 것들의 전파 양상이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감염성 질병의 전파 양상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금융 위기, 사회적 관계, 폭력 등의 범죄, 광고, 새로운 아이디어, 가짜 뉴스, 컴퓨터 바이러스 등등. 모두가 그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고, 완벽히 밝혀지지 않는, 혹은 밝혀질 수 없는 독특함이 있지만 어쨌든 소수의 발화점에서 시작해서 퍼져나가는, 또는 그렇지 못하는 것도 있는 양상을 보인다. 바로 전염병의 전파와 유사한 양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바로 수학이다.


수학자이자 역학자인 애덤 쿠차르스키는 이 책 전체에 걸쳐 바로 그런 온갖 전염성의 상황의 전파에 관한 비밀을 푸는 데 수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수학은 별로 없다. 쉬운 수식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거의 유일하게 쓰고 있는 수식은 바로 그 중요한 R값에 대한 것인데 R = 기간 x 기회 x 전파 확률 x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의 비율. 이 정도다(뭐, 수학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전염의 원리를 찾고, 그것을 응용하여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데 수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것들이 인간사의 다양한 부분에 적용된다는 것을 쉽게 알리고 설득하는 데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래서 그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계산되고, 또 결과는 어떤지를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데는 단점이다(사실 나는 후자 쪽에 가깝긴 하다).


아웃브레이크(Outbreak, 여기선 그냥 이렇게 쓰고 있다)가 지나가고 난 후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었는지, 그리고 누구 책임인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연구가 그런 데 이루어지기도 한다(지금도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그런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어느 정도 끝난 후에는 더 많이 쏟아질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학을 통한 전염의 원리 파악이 강조하는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라는 점이다. 어떤 건 빨리 퍼지고, 어떤 그렇지 않을까? 언제 정점에 오를 것이고, 쇠퇴의 시점은 언제쯤 올 것인가? 정점은 한 번뿐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는 것이다.수학을 통해 전염의 원리에 관해 던지는 질문과 답

작가의 이전글 지금 당신이 치킨을 먹고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