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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Feb 17. 2021

차가움의 긴 역사

톰 잭슨, 《냉장고의 탄생》

냉장고에 대해 쓴 헬렌 피빗의 《필요의 탄생》을 읽으며 계속 생각이 든 책이 톰 잭슨의 《냉장고의 탄생》이다. 약 5년 전에 읽은 책이었다. 찾아서 다시 읽었다(찾는 데 좀 시간이 걸리긴 했다). 


모두 냉장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필요의 탄생》과 《냉장고의 탄생》은 사뭇 다르다. 《냉장고의 탄생》을 분류할 때는 약간의 고민도 없이 ‘과학’이라고 쓸 수 있지만, 《필요의 탄생》은 무어라 해야 할지 좀 망설여진다. ‘과학’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과학적인 내용이 부족해보이고, ‘사회’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YES24 사이트를 보면 ‘역사’ 분야로 분류해 놓았는데(저자가 박물관 같은 데서 근무해서?), 물론 역사이긴 한데... 그런 기분이다. 


아무튼 《필요의 탄생》은 그렇고, 《냉장고의 탄생》은 ‘과학’ 분야의 책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냉장고 자체에 대해서보다는 냉장고가 등장하기까지의 과학을 보다 열심히,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필요의 탄생》이 냉장고가 등장한 이후, 그것의 변천에 더 힘을 주고 있는 것과는 분명 대비된다). 그래서 기술자보다는 과학자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열역학으로 이어지는 과학혁명의 한 줄기의 흐름이 그 과학자들의 이름과 관련되어 있다. 바로 그 열역학이 냉장고의 원리가 되고, 냉장고 이후의 기술 혁신의 원리가 되고 있다. 즉, 《냉장고의 탄생》의 ‘냉장고’ 자체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차가움’에 관한 얘기다. 그러고 보면 원제가 ‘CHILLED’다. 


우리는 차가움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해졌다. 하지만 그 차가움을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그토록 많은 과학자들의 이론과 그토록 많은 기술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냉장고의 탄생》은 잘 보여준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것들에 얽힌 과학을 모두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물론 좀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이 어쩌면 당연한 기술이 이제 첨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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