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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r 16. 2021

책을 읽고 싶어지게 하는 책

박균호,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좀 오랫동안 블로그에 책 읽은 얘기를 쓰면서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는 하게 된다. 특히 내가 읽어 좋은 책의 경우, 내 글을 읽는 사람이 그 책을 읽을 마음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 내용을 세세히 요약해서 그 책을 읽지 않더라도 마치 읽은 것처럼 여길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한 번 무슨 내용이길래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비록 뛰어나지 못한 글 솜씨 때문에 잘 전달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가끔은 그런 마음가짐에 어긋나는 글을 쓸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박균호 선생의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를 읽으며 소개한 책들을 읽고 싶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박균호 선생의 다른 책을 읽은 후, 《종의 기원 톺아보기》라든가, 어니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 같은 책을 읽고 있거나 이미 내 책상에 모셔오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여기서 소개한 책 중 한두 권의 책은 고를 것 같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박균호 선생의 이전 책 《독서만담》과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독서만담》이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책 이야기를 얹었다면,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은 책 이야기에 보다 무게중심을 옮겨 놓았다. 거의 책의 이야기를 소개한 글도 있고, 일상의 얘기도 책으로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다루고 있다.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읽지 않은, 또는 읽지 못한 책들이 많다. 그래도 꽤 책을 읽어왔다 생각해왔지만, 이런 걸 보면 세상에 책은 많고, 어떤 책이 나오고 있는지도 다 파악할 수 없으니 이렇게 책 소개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애머런스 보서크의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이든가, 이지은의 《귀족의 시대 탐미의 발견》 같은 책은 여기서 발견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알지 못하던 책을 소개받는 느낌도 각별하지만 그렇다고 읽은 책에 대해 얘기라고 덤덤한 건 아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내가 읽은 느낌과 거기서 알게 된 것, 또 중요하게 받아들인 것은 매우 다를 수 밖에 없다. 가령 나는 스티븐 그린블랫의 《1417년, 근대의 탄생》을 읽고는 “책 하나가 근대 정신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면서 근대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그 책에 얽힌 인문학자(humanist)들의 행보를 따라가면서 르네상스를 연 인물들이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밝히고 있다.”고 했지만(http://blog.yes24.com/document/8273937), 박균호 선생은 이른바 책 사냥꾼 포조와 독서에 대해 더 집중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내가 읽은 책이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더 넓고 깊게 읽은 셈이 되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는 ‘인문학’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책을 골랐기 때문에 그런 책들에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개한 다른 책들을 가만히 보면 인문학이라는 게 얼마나 넓게 봐야하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3부에서 소개한 책들이 더욱 그런데, 식품과 커피에 대해서, 잡초와 곤충에 대해서, 늑대와 개, 소, 돼지에 관해서, 축구와 야구에 관해서. 박균호 선생의 관심사의 드넓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지만, 그것과 더불어 인문학의 범위가 이리도 넓을 수 있음을, 그리고 또 재미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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