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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r 20. 2021

심리학이 알려주는 돈과 인간의 관계

저우신위에,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돈은 누구에게나 관심사다. 아니, 지대한 관심사이고, 때로는 절박하다. 돈은 살아가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나를 나타내는 징표가 되기도 하며, 목표가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지만, 어디까지가 적절한 추구이고, 어디부터가 과도한 종속인지 정말 어려운 문제다. 누구도 그에 대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돈과 인간의 관계, 돈과 관련된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것을 얘기할 수 있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접점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서 우리가 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밝혀내왔다. 물론 그런 연구들이 모든 사람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할 수는 없다. 또한 그런 연구들의 결론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이 주체인 만큼 너무나도 변수가 많고, 그래서 예외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최근의 돈에 관한 심리학(이는 행동경제학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은 돈의 성격, 내지는 돈을 대하는 인간의 반응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려주고, 또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준다(정답은 없으니 힌트다).


저우신위에는 중국에서 돈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가 연구한 주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돈을 세는 것만으로도 통증을 줄인다는 것이 있다. 많은 보도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연구 결과는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는 명백하게 밝힌다. “우리의 결론은 ‘돈이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가 아닌 ‘돈은 진통제 역할을 한다’였다.” 진통제는 아픔을 참을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 병을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돈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이다. 그가 돈을 대하는 태도, 돈에 대해 연구하는 태도는 바로 그런 것이다. 돈을 목표로 하기 위한 연구, 돈을 신성시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돈을 제대로 쓰기, 즉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해 돈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연구다.


그는 많은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수십 년 전의 연구에서부터 최근의 연구까지. 많은 연구들이 돈이라는 것이 갖는 성격, 사람이 돈과 맺는 관계에 대해 알려준다. 이를테면 돈에도 희노애락이 깃들여 있어,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따라 사람들이 돈을 쓰는 성격이 달라진다든지, 경제 상황이 나빠질 때 립스틱 매출이 높아지는 이유, 빈부 격차가 심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연구들에 대해 저우신위에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연구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게 연구의 결과와 의미를 요약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요약은 연구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연구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좀 더 생각하고,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가 연구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이용하고,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물질적 소비’와 ‘경험적 소비’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여기의 많은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읽은 것이긴 하지만 다시 이 연구에 대해 읽어도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즉, ‘돈’으로(사실은 돈이 아니더라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사라는 것이다. 물질적 소비에 비해 경험적 소비는 시간이 갈수록 만족도가 상승하고, 물건과 달리 경험은 서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행복감을 줄이지 않는다. 경험적 소비가 행복에 더 기여하는 이유로 더 중요한 것은, 인생이 어떻게 평가되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 인생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인 했는지’로 정의된다. 우리의 자아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경험적 소비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저우신위에는 알려준다. 물질적 소비를 경험적 소비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TV를 보면서 밥을 먹는 것과 친한 친구와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의 차이다. 앞의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물질적 소비이지만, 뒤의 것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사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거나, 혹은 나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 역시 어느 정도는 경험 소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돈에 대한 책이 쏟아진다. 그만큼 돈은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돈에 대해 그렇게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이 돈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것인지 정도는 생각하게 한다. 다 읽고 나중에 다시 손에 들게 될 것이라고 예감하는 책이 가끔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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