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Mar 31. 2021

호모 우르바누스(Homo urbanus)

벤 윌슨, 《메트로폴리스》


호모 우르바누스(Homo urbanus). 우리는 ‘도시 인류’라는 걸 부정할 수 있을까? 현재 세계의 도시 인구가 40억 명을 넘어섰으니, 전체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 자체만으로 호모 우르바누스를 확언할 수는 없다. 얼마나 도시에 거주하느냐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인류가 얼마나 도시에 의존하고 있는가이다. 사실 그것은 우르크라는 인류 첫 도시가 생겨난 이후부터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대체로 도시를 중심으로 기억되고, 또 서술된다(비주류의 역사, 역사의 오솔길을 기록한 하랄트 하르만의 《문명은 왜 사라지는가》도 결국은 도시를 중심으로 서술할 수 없었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것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류하면서 이루어졌고, 그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다름 아닌 도시였다. 도시는 역동성과 창의성이 피어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지 않았을 때부터 인류의 역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시에 살지 않지만 결국은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애석한 일이고, 부당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를 부정하기엔 너무 많은 증거가 있다.

 

벤 윌슨은 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시 중에서도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즉 대도시. 어느 정도 규모의 도시를 메트로폴리스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따질 수 없다. 시대별로 그 도시가 가지는 의미가 달랐다. 그 시대에, 그 지역, 혹은 국가에서 결정적인 역할, 즉 많은 것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메트로폴리스, 즉 엄마 도시(mother city)였다. 그 메트로폴리스의 선구가 되는 도시, 즉 우르크 등으로부터 하라파와 바빌론, 아테네와 알렉산드리아, 로마와 같은 고대의 도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바그다드와 같은 중세의 이스람 도시를 거쳐 뤼벡과 같은 근대의 무역을 선도했던 도시, 리스본, 믈라카, 테노치티클란, 암스테르담과 같은 상업과 교역의 중심에 있었던 도시들을 이야기한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도시들이다. 런던, 멘체스터, 시카고, 파리, 뉴욕, 바르샤바, 로스엔젤레스. 그리고 비록 우리에겐 덜 익숙하지만 가장 커다란 도시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로 끝을 맺고 있다.

 

이렇게 벤 윌슨이 주목한 도시들을 열거했지만, 각 도시들에 대한 얘기에서 그 도시만을 주목하고 서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각 장마다 하나의 도시(혹은 몇 개의 도시)를 제목에 두고 있고, 또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도시는 그 장에서 하고자 하는 도시의 성격에 관해서 중심에 둘 수 있는 도시일 뿐이다. 이를테면,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파리 증후군’이라는 제목으로 하고 있지만, 그 장에서는 근대 이후 현대로 이르는 과정에서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특히 그 도시를 거닐고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파리뿐만 아니라 시카고와 런던에 대한 얘기도 적지 않게 등장시키고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한 바르샤바를 중심에 두고 있는 12장 <섬멸>에서는 상하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있고, 독일이 폭격한 영국의 도시들, 영국이 폭격한 독일의 도시들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도쿄도 있고, 레닌그라드, 모스크바도 있다. 제목이 ‘섬멸’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도시들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도시들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잊혀지지 않았으므로) 결국은 그 파괴된 도시들이 재건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시의 불멸성이랄까?

 

그래서 이 책은 도시의 역사와 도시의 성격, 그리고 도시의 나아갈 바 등등을 종과 횡으로 엮어놓았다. 모든 도시와 모든 역사, 도시가 갖는 모든 성격을 다 다룰 수 없으므로 어디선가 성긴 자국이 없을 수는 없지만, 이 두터운 도시 보고서를 통해서 우리가 호모 우르바누스임을 자각할 수 밖에 없다. 인류의 문명은 결국 도시의 운명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 그런 자각은 도시를 다시 보게 하고, 또 그 도시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과학책을 읽을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