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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pr 02. 2021

출판사 편집자의 기분

김먼지,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씨는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다. 한 10년차쯤? 아마 지금은 편집장인 것 같다. 아, ‘먼지’라는 이름은 가명이다. 함께 사는 고양이 이름에서 가져왔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칭찬을 받았던, 이른바 문학소녀였다. 당연히 작가가 꿈이었고, 그래서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에 좌절하고, 또 현실적인 이유로 출판사에 입사한다. 아마 작가와 가장 가까운 직장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의 편집자라는 게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은 박봉에 고강의도의 (정신 및 육체) 노동이 필요한 직업이란 걸 금방 깨닫는다. 이 직업을 관둘 이유는 수만 가지이지만 그러나 이미 발을 들여놓은 이상 관둘 수도 있고, 가끔 생기는 보람 같은 것으로 버티며 살아간다.

- 제목에서 ‘책갈피’라는 것을, 김먼지씨는 “책이 좋아서 책 사이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 그 책 사이에 끼어 납작한 책갈피의 기분이 되어버렸”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또 글 쓰는 것을 그리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입장에서 책을 만드는 이의 이야기는 끌린다. 그러나 은유의 《출판사는 마음》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책 만드는 것은 노동이고, 또한 장사다. 포기는 할 수 없으면서, 굉장히 저부가가치의 산업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부추기며 계속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은유의 《출판사는 마음》은 책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여러 단계와 과정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책갈피의 기분》은 오롯이 편집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일을 쓰고 있다. 좀 마음이 불편했다. 당연히 인정받아야 하는, 그리고 적지 않은 이들이 고상하게 여기는 직업이 이렇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이 불편했고, 그걸 이렇게 징징거리는 모양새도 그렇게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마무리도 그렇다. 독립출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상업출판사까지 하게 되는 과정은, 고되고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할 만한 일,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로 마감되는 공식과 같다. 다만 그건 있다. 그렇지 않은 직업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런 편집자가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책도 없겠지, 하는 생각. 그래서 이해가 가고, 또 더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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