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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pr 06. 2021

평행선과 바늘이 만나는 수학 이야기

차이텐신,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

20가지 수학 이야기인데,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 두 번째 부분에서는 수학자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수학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다른 수학 교양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동양, 주로는 인도와 중국, 중동의 수학과 수학자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의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동서양의 수학이 서로 섞어서 설명하고 있고, 두 번째의 수학자에 관한 이야기에서 중동의 수학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수학사에 대한 책이 대부분 초기의 인도의 수학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이후에는 다시 동양 쪽으로는 건너오지 않는데 이 책은 다르다. 낯설기도 하지만, 다른 데서는 거의 접하지 못했던 수학자와 그들의 업적에 대해서 알게 된다.

 

서양과는 독립적으로 동양(주로는 중국이지만)에서도 수학이 나름대로 발전하고 있었고, 또 현대에 들어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밖에 없음에도 우리는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해왔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깨닫는다.

 

소개하는 수학 문제도 다른 데서 많이 소개하는 것들만은 아닌데, 차이텐신이 여기서 소개하는 수학 문제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뷔퐁의 바늘’이다. 뷔퐁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길래, 내가 아는 그 뷔퐁인가 했다. 18세기 프랑스의 식물학자 뷔퐁. 그런데... 맞다. 그 뷔퐁이다. 그가 이런 수학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니 그것부터 재미있었다. 그의 바늘 문제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갖는다.

그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서 테이블 위 커다란 백지에 같은 거리이 평행선을 여럿 그린 뒤 그 평행선 사이의 거리의 절반 길이의 바늘을 잔뜩 꺼냈다. 그러고는 그 바늘을 백지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기를 권했다. 모두 2,212개의 바늘이었고, 종이 위의 평행선과 만나는 바늘의 개수를 셌다. 모두 704개였는데, 이를 분수식으로 계산하면 2,212 / 704 ≒ 3.142. 너무 익숙한 숫자 아닌가? 원주율의 근사값이 나오는 것이다. 던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이 수치는 더욱 원주율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이 실험은 후에 여럿이 반복해봤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여섯 명의 실험자(수학자?)가 수백 번에서 수천 번 바늘을 던졌고 모두 원주율에 가까운 값을 얻었다. 차이텐신은 이 실험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뷔퐁의 바늘 던지기 실험은 기하 방식으로 확률 문제를 표현한 첫 예시이자 무작위 실험으로 확정성을 처리한 최초의 수학문제다. 이 실험은 확률론 발전을 촉진했다.” (271쪽)

 

이 신기한 결과는 증명이 된다고 한다(물론 차이텐신이 그 증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증명보다 실제로 해보았을 때 그렇게 나오는 게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책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이야기별로 수준 차가 좀 있다. 어떤 부분이(주로는 수학자의 이야기) 그냥 역사 이야기처럼 술술 읽히지만, 뒷부분의 수학 문제는 좀처럼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없지 않다. 또 번역하는 데 있어 용어를 원서의 것을 그대로 따른 경우가 적지 않다보니 우리가 쓰는 용어와는 좀 다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로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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