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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pr 08. 2021

크기는 왜 중요한가

존 타일러 보너, 《크기의 과학》


우리는 커다란 코끼리, 아주 작은 개미를 보며 그저 그러려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만물의 크기는 모두 이유가 있으며, 그 크기로 인해 정말 많은 것이 정해진다. 존 타일러 보너는 자연(주로는 생물)의 크기에 관한 보편적인 규칙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다음의 다섯 가지 보편 규칙을 이야기한다.

1. 크기는 생물의 힘을 결정한다.

2. 크기는 산소와 음식, 열의 체내 출입을 담당하는 신체의 표면적으로 결정한다.

3. 크기는 분업(세포의 분화 정도)을 결정한다.

4. 크기는 물질대사, 한 세대의 길이, 수명, 이동 속도와 같은 생명체의 신체 활동 속도를 결정한다.

5. 크기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유기체의 개체수를 결정한다.


사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우리의 직관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크기가 큰 생물이 힘이 세다라든가, 신체 활동이 느리다는 것, 개체수가 적다 등등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냥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은 과학이 될 수 없다. 그는 많은 생물의 크기와 각종 통계를 이용해서 위의 규칙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보인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몸의 크기가 크면 수명이 긴데, 인간은 몸의 크기에 비해 더 수명이 길다. 사실 다섯 보편 규칙에서 ‘결정한다’는 표현에 대해서 조심해야 한다. 크기가 결정되면 힘이라든가, 물질대사 속도, 이동 속도, 수명이 ‘딱’ 정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생물들을 조사한 결과 그러한 경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쥐를 두고서, 그 크기 차이가 다양한 차이를 보이며, 그 차이는 다른 동물들을 두고서 통계 처리한 직선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존 타일러 보너가 자주 예를 드는 것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다. 일단은 걸리버가 만난 소인국과 거인국의 사람은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걸리버보다 12배 작거나 큰 사람은 그 크기로 인해 보통의 사람과는 골격이 완전히 달라야 하는데, 실제적으로는 그렇게 존재할 수 없다. 이걸 전제로 하면서도 그는 만약 그런 사람이 존재하면 어떨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를테면 그런 크기의 사람은 걸리버와는 매우 다른 물질 대사 속도를 가질 것이며, 이동 속도도 다를 것이다. 심지어는 목소리도 매우 다를 것이고(아마 소인국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 듣기는 힘들 것이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감각도 매우 다를 것이다.


크기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한데 모았다고 하지만, 존 타일러 보너가 동원한 그래프들은 그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의 다양한 논의들이 이후의 연구를 통해 부정된 것도 있다(정확히는 예외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크기에 관한 기본 텍스트다. 쉽지만 적지 않은 것을 서술하고 있고, 논의의 기초를 다져놓았다. 이 책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더 많게는 부정하기 위해 연구가 이뤄져 왔다. 이 책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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