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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y 10. 2021

미생물학자 리타 콜웰의 용감한 삶

리타 콜웰, 샤론 버치 맥그레인,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리타 콜웰은 이미 좀 아는 인물이다. 우선은 콜레라균 연구의 대가로서 알고 있었고, 미국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총재로서도 알고 있었다(사실 더 친숙한 점은 선배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님이시자 천랩 대표이신 천종식 교수의 박사후과정 교수였다는 것이긴 하다. 또 사실 콜웰보다는 콜벨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기도 하다). 그런데 스스로도 놀라운 것은 그녀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콜레라균 연구의 ‘여성’ 대가라든가, NSF의 최초의 ‘여성’ 총재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상당히 전투적인 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다소 생각 밖의 일이다.


하지만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책에선 ‘그녀’란 표현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 헤쳐온 길, 그리고 그가 옹호해온 가치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딸로서 악착같이 대학에 진학하고, 또 대학원에 진학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후 과정을 거쳐 교수가 되고, 또 과학행정가로서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위치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역경은 숨 막히는 것이었고, 또 극복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이 책은 영리했고, 또 용감했던 한 여성 과학자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적인 성공담 정도로, 성공한 과학자의 널린 자서전쯤으로 이 책을 여길 수 없다. 1950년대 이후 여성 과학자의 실패와 성공의 경로를(리타 콜웰의 경우엔 성공의 경로가 더 컸지만), 그 실패의 원인과 성공(그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면)의 요인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함께 한 과학자, 정치인, 사회운동가가 있었기에 조금은 나아진(그러나 여전히 모자란) 세상이 되었음을 리타 콜웰을 증언하고 있고, 또한 자부하고 있다. 그 증언은 묵직하며 또 감동적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콜레라에 대한 연구와 탄저균 테러 때의 대처, 범인 색출과 관련한 연구다. 어찌 되었든 내가 아는 콜웰은 콜레라균 전문가다. 그녀는 컴퓨터를 이용한 세균 분류의 초창기 개척자였으며, 콜레라균이 해양에서 어떻게 잠복하고 있다가 시기를 만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게 되는지를 밝힌 미생물학자였다(그녀는 NSF 총재도 지냈지만, 그보다 먼저 미국미생물학회 회장을 지냈다). NSF 총재이던 시절, 9.11 테러 이후에 발생한 탄저균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정립하기도 했다(이때 나도 탄저균을 조금 연구했으므로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러 모로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 책에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거의 전적으로 여성을 대상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여성’이라는 표현은 이 책을 읽는 남성인 내가 아주 아득히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50%가 아니라 100%에서 훌륭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낫다는, 당연하면서도 멋진 말에 공감하면서도 왜 50%를 대상으로만 이 책을 썼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그녀가 여성 과학자 운동을 하면서(‘운동’이라는 표현은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많은 남성 과학자들로부터 차별을 받고 공격을 받았지만 또한 그런 그녀들을 옹호하고 힘을 보탠 남성 과학자들이 없지 않았음을 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런 내용에 충분히 공감을 보탤 남성 독자들이 많을 것임에 분명하기에 더욱 아쉽다.



http://blog.yes24.com/document/14353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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