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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y 13. 2021

한 천문학자의 명왕성 퇴출기

마이크 브라운,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2006년 8월 25일. 태양계는 하나의 행성을 잃었다. 국제천문연맹은 투표를 통해 태양계의 행성은 모두 여덟 개라고 ‘정했다’. 그날 “명왕성이 죽었다(Pluto is dead)”.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 어떤 이는 서운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분개했고, 또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또 많은 사람은 어리둥절했을 것인데, 대개는 그 상황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왜 그런 상황이 되었을까에 대해서는 궁금했다.


어릴 적부터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너무도 익숙한 암기 방식이었다. 전혀 헷갈릴 염려도 없는 명확한 방식이었다(그에 비하면 영어로는 정말 쉽지 않다. “My very excellent mother just served us nine pizzas”). 1781년 천왕성(Uranus), 1846년 해왕성(Neptune), 그리고 1930년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Pluto)를 발견한 이래 확고하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었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기에 ‘수금지화목토천해’까지만 외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까?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 목록에서 퇴출된 데는 마이크 브라운이라는 칼텍의 천문학자의 발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행성이 아홉 개이던 시절 열 번째 행성을 찾아나섰다. 수많은 사진을 찍고, 고되게 프로그램을 짜고, 눈이 빠지게 자료를 뒤지면서 결국은 찾아냈다. 2005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열 번째 행성이 되기를 기대했던, 그와 동료들이 제나(Xena)라 부른 천체(지금은 에리스로 불린다)로 말미암아 명왕성이 유탄을 맞고 태양계의 막내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열 번째 행성을 찾고자 했던 마이크 브라운이야말로 자신이 발견한 천체와 함께 명왕성의 퇴출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명왕성이 행성으로 존속하게 된다면 자신이 발견한 제나도 행성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살아있는’ 유일한 행성 발견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명왕성 급의 소행성들이 발견되는 상황에서 행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고민 끝에 명왕성의 퇴출이 과학적으로 더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편에 섰다. 새로운 행성의 발견자로서 과학사 속에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과학적으로 더 합당한 편에 서서 명왕성 퇴출자(Pluto Killer)로서 당당히 서기로 한 것이다(물론 그가 직접 명왕성을 퇴출시킨 것은 아니지만).


사실 경외스러운 것은 그가 열 번째 행성을 찾아나서겠다고 방향을 정하고, (우여곡절은 있지만) 그 길을 우직하게 걸어 나간 점이다. 행성이라면 당연히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며, 태양계에 또 다른 행성이 있다면 발견되지 않았을 리 없다는 일반 대중은 물론 천문학자들의 고정 관념에 맞서 이른바 ‘19세기식’ 행성 사냥꾼으로 나선 것은 쉽지 않은 결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성과를 내야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신분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시도도 하지 않고 실패를 자인한 그 지점에서 그는 성공했다. 사람들이 관심도 갖지 않던 연못이 돌을 던졌고, 그 돌은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바로 그 ‘명왕성 사건’의 전모와 그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인물의 삶과 가족 이야기다. 그런 경외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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