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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May 29. 2021

악당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다

영화 <크루엘라>


이 영화가 <101마리 달마시안의 개>의 스핀오프라는 설명은 영화를 보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물론 이 영화의 스토리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다면 영화관을 나오면서 할 얘기가 더 많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 영화에 대해 할 얘기는 많다.


우선 에스텔라의 세계와 크루엘라의 세계의 대비다. 사람은 단 한 가지 성격,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에스텔라와 크루엘라가 존재하는 세계는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여러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직장에서의 나의 모습과 집에서의 나의 모습을 보라. 어떻게 똑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화려하다. 에스텔라, 혹은 크루엘라의 흰색과 검은색이 반반 섞인 머리카락에서부터 이 영화는 독특하고 화려한 패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나이가 든 엠마 톰슨이나 젊은 엠나 스톤이나 모두 의상으로 압도하고, 표정으로 압도한다. 그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를 지닌다.


선한 사람보다 악한 사람이 더 주목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추세인지도 모른다. 대표적으로 조커가 그랬다. 크루엘라가 괴팍하고, 인정머리 없는 악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대부분은 그녀에게 몰입한다. 그녀가 어떻게 저 난관을 헤치고 나갈까에 관심을 갖고 마음 졸인다. 그 난관을 헤치고 난 그녀가 개과천선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이후의 스토리에서 더욱 악당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그녀가 그렇게 악당이 되어가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아이러니를 느끼는 것이다. 현실에서 그렇게 마음껏 시원한 악당이 되지 못하는 우리의 반-영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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