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호,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연결(network)이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경제나 사회 현상과 관련해서 그 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 내지는 플랫폼 기업이 중심이 된 지는 꽤 되었다. 거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어느 날 우리는 모든 검색을 네이버나 구글을 통해서 하고 있고, 카카오를 통해서 ‘대화’를 하며, 쿠팡을 통해 주문을 한다. 그런 행위가 가지는 거창한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편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며 자연스레 플랫폼 경제 속으로 편입이 되고, 그 네트워크 속에서 생활한다. 문제는 바로 거기,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에 있다.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고, 점점 그 지배력을 강화시켜 갈 플랫폼 경제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이 사회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네트워크 경제,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사회에 대해, 우리를 구속하는 권력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네트워크 경제, 플랫폼 기업은 정보 혁명을 일으키며, 혹은 그 과정에서, 결과로 탄생했다. ‘양면 시장’이라는, 전통 경제학과는 다른 작동 원리를 지니고 있어, ‘공짜 점심’이 가능한 체제다(우리가 카카오톡을 공짜로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단적인 예이다. 물론 데이터 노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관점을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러한 네트워크 경제으로 인해 시장과 가격이 사라지면서 자본주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그로 인해 노동의 종말을 이야기되고 있고,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소유의 개념도 바뀌어 가면서 공유 경제가 이미 활성화되고 있으며(대표적인 예가 에어비앤비다), 앞으로 확대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경제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거의 상식이다. 그리고 그 경제 권력의 중심도 플랫폼 경제로 옮아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성공과 함께 감시자본주의(“우리의 일상 행동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주의 방식”)가 형성되었다. 이 감시자본주의는 개인과 대중을 플랫폼 기업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우리가 네이버쇼핑에 상품평을 쓰며, 그것에 목매다는 현상을 보라). 네트워크가 새로운 권력을 만들고 있으며, SNS가 사람들의 생각을 양극화 시키면서, 그 양극의 생각을 단순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강요한다. 플랫폼이 무한대의 세상인 것처럼 플랫폼 경제의 경쟁은 무한 경쟁이다. 기업 경쟁이 국가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미중 갈등).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의 형식도 도전받고 있다(이 책의 저자가 금융위원회 서기관인 것을 기억!). 우리도 이제 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바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같은 것이라든가, 카카오뱅크가 그것이다. 은행을 정점으로 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어떻게든 변화할 것이며, 그 변화는 금융에 목매달 수 밖에 없는 전통적인 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은 연결에 기초한 네트워크 경제, 플랫폼 경제는 경제 전반의 변화와 함게 가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적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많은 경우 독점 체제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독점을 규제하는 문제라든가, 국가의 조세 수입과 관련한 문제도 있다. 금융과 노동의 형태가 변화하는 것은 확실한데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불평등은 역시 플랫폼 경제와 맞물려 있으며, 사회의 존속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문제다. 저자는 이 문제들을 그저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공유, 인공지능 감사, 조세제도 개편, 소유권 제도에 대한 논의와 같은 나름의 답변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은 아이디어 차원이며, 어쩌면 실현이 힘든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제 제기 자체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야만 논의가 이뤄지고 그래야 이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갈등을 해결해나가면서 적응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작동원리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거의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변화한 이후에야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느끼는 플랫폼 경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특히 우리나라 상황과 함께 알아가기 위해 이만한 개론서쯤은 읽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