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 《북유럽 신화 2》
1권이 북유럽 신화의 배경과 주요한 신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권은 그 신들의 세계의 종말로 향하는 이야기다. 불길한 예언과 함께 말썽꾸러기 신인 로키의 불길한 자식들이 나타나고, 최고의 신 오딘은 최초의 전투를 준비한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이어진다. 오딘의 아들로 아름다운 신인 발더가 죽음을 맞이하고, 로키가 모든 신들을 욕보인다. 그러면서 결국은 신들과 거인들 사이의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다. 바로 라그나뢰크, 혹은 ‘신들의 황혼’이다.
안인희는 최후의 전쟁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신의 군대와 거인의 군대가 맞붙었다. 오딘 신은 황금 투구를 쓰고 아름다운 갑옷을 입고 빗나가지 않는 창 궁니르를 들었다. 그러고는 펜리스 늑대와 맞붙어 싸웠다. 그의 옆에서는 토르가 미트라르트 뱀과 싸웠다. 프라이는 주르트르와 맞붙었다. ... 황금돼지를 타고 마지막까지 주르트르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지만, 결국 주르트르의 불칼에 몸이 둘로 갈라지고 말았다.
티르 신은 지옥의 개 가름과 싸우다가 둘 다 죽었다. 토르는 망치를 힘껏 내려쳐서 마침내 미트가르트 뱀을 죽이기는 하였지만, 뱀의 독을 쐰 탓으로 미처 한 걸음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고 쓰러져 죽었다. ... 힘이 센 하임달은 로키와 맞붙어 용감하게 싸우다가 둘 다 죽었다. 이렇게 신들과 거인들은 서로 적수를 맞아 싸우다가 양쪽 모두 죽었다. 라그나뢰크의 싸움에서 신들과 거인들의 피가 강물처럼 흐르고, 아홉 세계의 죽은 혼령들이 사방으로 안개처럼 돌아다니며 싸움터의 분위기를 더욱 스산하게 만들었다.“ (205~206쪽)
이 전쟁으로 세상은 어두워진다. 그러나 세상의 종말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신들의 아들들이 모여 지난 일을 얘기하고, 인간 한 쌍도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간다. 세상은 이전보다 평화로워진다.
이렇게 2권은 세상의 종말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아가는 신화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결국은 그것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숙명과도 같은 것임을 알려준다. 이는 내가 신화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를 모두 보여준다. 자유로운 상상력의 세계라는 면과 그것이 결국에 숙명론에 이른다는 점.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이야기들이 과거를 보여주는 창(窓과) 같지만, 그 창이 보여주는 세계가 거의 늘 너무 예상 가능한 교훈이라는 점.
2권으로 세상을 오랫동안 지배하던 신들의 세상은 끝이 났는데, 그래서 이제 신화의 시대가 저문 것 같은데 3권에선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