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무엇을 가르쳐주나?

이정모의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by ENA

이정모의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은 최근에 낸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2』을 잇는 책이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2』보다는 조금 호흡이 길긴 하지만, 사실을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비슷한 주제의 글 둘, 셋을 하나의 제목 아래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다르다면 시사적인 것보다는 과학의 태도에 조금 더 중심을 옮겨 왔다는 것 정도다.


이정모 관장이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내지는 과학하는 태도, 자세로 묶은 것은 모두 17가지다! 느낌표를 쓴 이유는 그 가짓수가 많아서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이라고 했을 때 17가지라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에서 많은 것을 배웠구나 싶은데, 이걸 과학의 태도, 자세라고 했을 때는 좀 부담스럽게 많은 느낌이 든다. 사실 과학이 가르쳐주는 것이나, 과학하는 태도나 단 몇 가지로 말하는 게 더 왜곡하는 것이긴 하다. 그래서 이렇게나 많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학을 너무 단순하게 풀어온 기존의 관성적인 책들 때문이기도 하다(물론 그런 책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과학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과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고(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또 제대로 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그저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가 과학으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일까? 그냥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실패, 비판적 사고, 질문, 관찰, 모험심, 현실적인 목표, 측정, 개방성, 수정, 겸손, 공감, 검증, 책임, 공생, 다양성, 행동, 협력.

그런데 가만 보면, 이게 과연 과학에만 필요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수많은 실패에서 배워야 하는 것.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능력. 정답을 찾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 두루뭉술하게 이해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수치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열린 자세를 갖는 것. 끊임없이 자신을 수정해 나가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직시하는 것. 책임감을 갖는 것.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협력하는 것.


어떻게 이것들이 과학에서만 필요한 것일까?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 그리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가져야 할 자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걸 바로 과학이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즉, 과학적인 태도란 단순히 이성적이고, 따분하고, 비감성적인 것들이 아니고, 세상을 공감하며, 서로 이해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을 직시하며,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제대로 과학을 배우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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