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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19. 2021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간 문명의 멸망을 상상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문명 1≫


인간 문명이 무너진다. 흔히 예상하듯 핵전쟁이나 AI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 공격성이 폭발하고, 쥐들이 인간을 공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가운데 고양이가 인간 문명 다음 문명을 두고 인간과 협력하면서 쥐와 대결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간 문명의 멸망과 이후를 그렇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파리에 살던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다. 청결 강박증이랄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한 고양이로 거만하게 보일 정도로 우아함이 몸에 베어 있다. 잔인한 면도 있고, 민첩하며 결단력도 있어 고양이 사회의 지도자가 된다. 쥐들의 습격을 피해 고양이와 인간들을 이끌고 시뉴섬에 머물다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만들어나간다(파라다이서는 원래 ‘울타리로 구분되어 있는 정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능을 가진 하얀 쥐가 쥐들의 우두머리로 등장하면서 시테섬을 포위하고, 고양이와 인간 사회는 위험에 처한다.


바스테트와 그의 연인 고양이 피타고라스, 인간 집사 나탈리는 구원을 청하기 위해 열기구를 제작해서 섬을 탈출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인간 문명의 멸망 상황에 대해서 또 다른 장치를 더한다. 바로 USB 구멍을 장착해서 컴퓨터나 인터넷과 연결된 동물들이다. 인간의 실험 대상이던 그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도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말하자면 ≪문명≫은 인간 문명에 대한 비판이긴 하지만, 바스테트라는 고양이나 소통이 가능한 피타고라스라는 고양이나 모두 인간 문명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일을 도모한다. 그들의 판단 근거가 이미 인간들이 정리해 놓은 역사와 과학이다. 인간 문명이 끝장났다고 하지만 10억의 인구가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인간 문명이라는 것을 완전히 버릴 수가 없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인간과 고양이가 잘 공존할지, 그들이 쥐들을 어떻게 물리칠지(쥐들에게 멸망하는 상황은 절대 상상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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