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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26. 2021

미분, 어렵지 않아요

장지웅,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다니던 무렵 나는 한두 번 미적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핏대를 올리며 설명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이들은 어이없어 했다. 이미 미술 전공으로 굳혀서 수학은 접어버렸던 작은 아이는 물론이고 수학을 꽤 잘 하던 큰 애도 그랬다. 수학은, 그리고 미적분은 그저 자신들을 괴롭히기 위한 도구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우리의 문명이 거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하기사 그저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주 많기는 하다. 그렇게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미적분을 비롯한 고등수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적분의 대단함, 아름다움(아마 로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을 침 튀겨 가며 얘기할 때 콧방귀를 뀌던 작은 아이가(지금은 영상 전공한다) 지난 겨울 카톡으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픽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것 등을 구현하는 데 거기에 수학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학을 잘 하면 원리적으로 잘 구현해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그냥 흉내 내면서 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그것 봐라! 아들아!


수학은 그런 것이다. 우리 삶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고, 언젠가는 그 필요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미분, 적분도 그렇다. 그것을 통해서 수학능력시험의 수학 29번, 30번 문제(가장 어렵다는 문제가 그 번호에 배친된다고 한다)를 풀 수는 없을 지언정 그 원리를 안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정말로 큰 차이가 있다. 그 용어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는 것과 그래도 그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쯤은 이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의자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인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아는 게 우리가 그 의자를 만들지는 않지만, 그 의자에 앉을 때, 움직일 때, 혹은 어떤 충격을 받을 때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금방 생각난 비유인데,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정지웅이 미분 개미를 등장시켜 미분과, 나아가 로그함수, 적분에 대해서 설명한 《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은 바로 그 수준, 적어도 미분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게 왜 신기하면서도 현대 문명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프에서 접선의 기울기가 바로 미분값이라는 것에서 시작해서, 극한의 개념을 통해서 그것을 계산하는 방법. 그것을 일반화시켜 표현하는 방법.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의 관계와 그것의 미분함수(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여기서부터 어려워진다)가 왜 그런 모양으로 생기는지, 합성함수, 역함수의 미분까지. 그리고 끝에는 적분의 의미까지 간략히 설명한다(미분을 얘기했는데 적분을 얘기하지 않으면 화장실 가서 중간에 나온 기분일 수 밖에 없다).


미분을 누가 발명했는지를 두고 영국과 독일이 국가적 자존심을 걸로 과학자들이 다퉜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그만큼 중요한 발견, 발명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수학에서 당연히 가르쳐야 하는 분야다. 그러나 또 많은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하고, 그 시절을 거쳐온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수능 수학에서 고득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럴 수 없다하더라도 미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의미를 찾기 전에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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