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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26. 2021

물리학은 아름답다, 세계는 경이롭다

카를로 로벨리, 《모든 순간의 물리학》

물리학은 아름답다! 이 말을 물리학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겠지만, 물리학자가 아닌 이들은 거의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물리학을 전공으로 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할지 모른다. 그런데 물리학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카를로 로벨리는 바로 그렇게 물리학을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는 이 책이 물리학 교양서라는 걸 순간 잊게 한다.


“이 입자들은 마치 우주 문자처럼 다양한 조합을 이루며 수많은 은하와 별, 우주광선, 태양빛, 산, 숲, 들판, 심지어는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미소와 별이 총총이 박힌 어두운 밤하늘의 거대한 역사까지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68쪽)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하듯 여전히 그에게 아름다운 것은 물리학이다. 그에게 물리학은 여전히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대표적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모순된다) 세계를 설명하는, 아주 감동스런 이론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카를로 로벨 리가 이야기하는 물리학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정작은 이 세계가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7개의 짧은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 이론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그 물리학에 담긴 의의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그 이론들로 이 세계를 얼마나 더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지가 중심인 셈이다. 다음은 우주의 구조와 입자, 공간 입자들에 대해서 강의한다. 여기서는 자신의 전공인 ‘루프양자중력’ 이론을 포함하여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포괄하는 이론에 대한 시도들을 설명한다.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시도이고, 또 그런 이론이지만 로벨리가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러한 시도들이 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는 ‘시간’에 관한 강의다. 열의 이동이 없다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는 열역학의 함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강의는 인간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는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에 대한 굳은 믿음을 보여준다. 아직 우리는 많은 것들 모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세계의 신비에 더 감동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과학이 있어 그렇다.


물리학 자체보다 물리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책이고, 물리학에 평생을 바친 과학자의 물리학에 대한 경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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