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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1. 2021

프리드리히 2세, 그는 누구인가?

시오노 나나미,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상)》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프리드리히 2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어떤 인물이 이러저러한 일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바로 그 인물이 프리드리히 2세인지도 몰랐다. 프리드리히 2세라는 이름은 들어봤다. 하지만 프리드리히 2세라는 이가 한 일을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다른 이와 분명하게 구분해서 얘기할 수 없다. 그러니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 내지는 핑계로 댈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유럽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역사에 워낙 비슷비슷한(아니 똑같은) 이름이 그저 ‘1세’, ‘2세’, ‘7세’. 이런 식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시오노 나나미를 통해 프리드리히 2세라는 인물을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는 오래 전부터 이 인물에 대한 평전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때가 되지 않아 미루다 비로소 쓰게 되었는데, 그만큼 시오노 나나미에게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애기다. 그녀가 카이사르나 마키아벨리와 같은 이들을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능력과 함께(시오노 나나미는 힘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시대의 조건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이들이라 여기기 때문에 그런 걸로 이해한다. 그렇다면 프리드리히 2세 역시 그런 인물이라는 것도 (적어도 시오노 나나미가 여기기에) 짐작할 만하다.


아닌 게 아니라 탄생에서 40대인 1237년 2차 롬바르디아 동맹을 격퇴시키는 시점까지를 다루는 1권은 프리드리히 2세의 그런 매력적인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시칠리아 왕국의 후계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기 때 이미 고아가 된 그가 아직 성년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 때부터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가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지략을 쓰는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다. 종교가 더 없이 큰 힘을 지니고, 봉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던 시대에 교황과 대립하고, 봉건제를 뛰어넘은 절대왕정에다 법에 의한 통치를 추구하고(그의 법치가 지금의 것과는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또 실제로 실현시켜 나가는 장면들을 보면 통쾌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그걸 무력을 통해서 이뤄나가는 게 아니란 점도 찬탄을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제약 속에서 살아갔기에 지금의 시각에서 온전히 이해되는 인물이 아니란 면도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1권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적으면서 맺고 있다.

“1237년은 누가 황제인지를, 유럽 전체에 강하게 인식시킨 해였으니까.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질투가 심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제 프리드리히 2세를 질투하는 운명의 여신을 만나볼 차례다. 무조건 끝까지 늘 성공만 하는 인물은 아무래도 작가의 관심을 받기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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