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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2. 2021

'세계의 경이(STVPOR MVNDI)', 프리드리히

시오노 나나미,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하)》


‘STVPOR MVNDI', '스투프르 문디’라 읽고 ‘세계의 경이’라 해석하는 이 라틴어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으며 시칠리아 왕국의 왕이었던 프리드리히 2세를 가리킨다. 신성(神聖)이 지배하는 중세에 르네상스 이후 근대에 이르러서야 그 개념이 일반화되는 ‘정교분리’를 꾀하며 법에 의해 통치되는 왕정을 꿈꾸었고, 실행에 옮기었기에 교황과 대립하며 파문당하고 이단으로 재판받았던 이가 바로 프리드리히 2세다. 희한하면서, 이질적이었고, 아이러니했던 인물. 정열적이면서도 냉정했던, 그리고 이상을 추구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했던 인물.


시오노 나나미는 정점에 선 프리드리히 2세를 그리면서도 ‘운명의 여신이 부르는 질투’를 언급하며 1권을 맺었다. 2권은 당연히 그 ‘질투’에 대한 얘기여야 한다. 물론 그 ‘질투’에 해당하는 ‘역경’이 프리드리히 2세의 삶 후반기의 주된 기조다. 하지만 교황과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북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동맹의 집념어린 공격(서로 이유는 달랐지만), 일부 측근의 배신 등은 그와 관련한 온갖 역경은 고작 ‘질투’에 지나지 않았다. 황제는 늘 극복해냈고, 오히려 점점 더 강해졌다.


볼테르가 ‘신성로마제국’을 두고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에도 없었고, ‘제국’도 아니었다고 힐난했다. 그런데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프리드리히 2세를 보면, 역시 (당연히) 신성하지도 않았고, 로마를 영토로 영위하지 않았지만, ‘제국’ 만큼은 만들고자 노력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위해 잠시도 쉬지 못했다.


그와 그의 제국을 쓰러뜨린 건 그의 죽음이었다. 누구도 빗겨설 수 없는 그 운명에 ‘세계의 경이’ 프리드리히 2세도 쓰려졌다. 50대라는 아직 한참 활약할 나이였기에 스스로도 안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운명을 직시했기에 흘러가듯 살지 않았고, 영원히 존속하는 제국을 위해 ‘법(法)’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한 것은, ‘법’에 의한 통치를 통해 영원히 존속하는 제국을 꿈꾸었지만 그가 죽은 후 그의 제국과 가문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가 뿌린 씨앗이 르네상스로 이어진다는 것이 바로 시오노 나나미의 평가다.


사료에 근거해서 한 인물을 평가하려하나 사료가 불충분한 경우, 아니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일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반대쪽 의견도 소개하나 프리드리히 2세에 대해 호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게 이 인물에 대해 오랫동안 쓰고자 마음 먹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 많은 사료의 부족한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우고 있고(작가니까 당연하다) 그 자신의 견해가 매우 객관적인 것처럼 포장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포장하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그걸 너무나 잘 한다. 그래서 홀딱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으니까. 재미있게 읽지만 분명 경계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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